태권도, 희망의 발차기로 장애 날려버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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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공격에 팔 다친 하키지마나
난민촌서 태권도 가르치다 출전
“태권도, 동정을 동경으로 바꿔”

“태권도는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종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20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기간에 이렇게 평했다. 태권도가 스포츠 약소국에 꿈과 희망을 주는 종목이라는 게 이유였다. 태권도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이번 도쿄 대회에서도 가장 관대한 종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는 단연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아프간을 떠나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쿠다다디는 세계태권도연맹(WT) 등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육상 대표 호사인 라술리(26)와 함께 패럴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난민팀 대표로 참가한 파르파이트 하키지마나(33)도 이번 대회 남자 61kg급 경기를 통해 ‘희망의 발차기’를 선보였다. 부룬디 출신인 하키지마나는 1996년 반군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고 왼팔 장애를 얻었다. 재활 목적으로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2015년 르완다 난민 캠프에 둥지를 튼 뒤 난민들을 모아 태권도를 가르쳤다. 그리고 난민팀 대표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리사 기에싱(43·덴마크)은 비장애인 태권도 선수 시절 못 이룬 세계 정상의 꿈을 패럴림픽을 통해 이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기에싱은 2007년 골수암 판정을 받은 뒤 2012년 종양이 자란 왼쪽 손목을 절단했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도복을 입은 그는 이번 대회 여자 58kg급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꿈을 이뤘다. 역시 비장애인 선수에서 장애인 선수로 변신해 이번 대회 남자 75kg급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장애인 청소년) 여러분도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집에만 갇혀 있지 말고 운동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태권도#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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