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받고 반성 중인 ‘농구 괴물’ 여준석…“김연경·손흥민처럼 되고파”

유재영기자 입력 2021-09-02 14:44수정 2021-09-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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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cm의 고교생으로 남자 농구 대표팀에 발탁된 용산고 여준석. 210830.용산고 체육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금 나사가 많이 풀려 있는데요. 나를 바꾸자는 마인드로 정신 차리고 있어요.”

고교 농구 무대를 완전히 접수하고 올해 성인 남자 농구 대표팀에 뽑힌 초특급 유망주 여준석(19·용산고). 오랜 만에 ‘물건’ 하나가 나왔다며 농구계가 반색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진지하게 반성 중이다.

국가대표 데뷔 무대였던 6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과 7월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여준석은 ‘꿔다 놓은 보릿 자루’가 아닌 ‘사기 캐릭터’였다. 203cm의 장신에 근육질 몸이 고무공 탄력으로 솟구쳐 오르며 림(305cm)보다 높은 위치에서 원 핸드, 앨리웁 덩크 슛을 거침없이 꽂았다. 과감하게 수비를 달고 3점슛도 던졌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리투아니아의 도만타스 사보니스(인디애나·211cm)를 풋 워크로 속이고 ‘페이더 웨이’ 슛을 넣었다. 국내 농구인들이나 팬들에게는 굉장히 낯설면서도 눈이 정화되는 장면이었다. 우쭐할 법 하지만 여준석도 낯선 경험을 하면서 혼란을 겪는 중이다. 성인 농구 적응이 쉽지 않겠다는 긴장감이 지금도 크게 밀려온다고 했다.

“형들한데 ‘참교육’을 당하고 멘탈 붕괴가 오더라고요. 연습 때 강상재(상무) 형한테 두 번 블록을 당하고, 이승현 형(오리온)을 막는데 슛을 다 넣고, 라건아(KCC) 형은 공격에서 저를 갖고 놀다시피하고…. 수비 연습을 하는데 형들과 동선도 꼬이고…. 눈물 나올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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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석은 고교 무대에서 적수없이 편하게 했던 농구에 익숙해진 자신을 냉정하게 보고 있다. 올해 국가대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중에 정말 큰 성장통을 겪을 뻔 했다고 느낀다. 마음만 먹으면 50점은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거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잘알고 있다.


“마땅한 동기 부여가 없었는데 대표팀에 다녀오고 나서는 하던 농구만 해서는 왜 안 되는지, 앞으로 해야할 농구의 방향을 찾은 것 같아요.”

여준석은 3번 스몰포워드로 성장하고 있다. 공격에서 알찬 득점을, 수비에서는 상대 주득점원을 막기도 하고 높이 싸움도 해줘야 하는 포지션이다. 여준석의 롤모델은 카와이 레너드(LA클리퍼스·201cm)다. 수비 능력으로 주가를 올리기 시작해 막강한 공격력을 탑재한 NBA 최고의 스몰포워드로 평가 받는다.

“대표팀에서 제가 수비하는 영상을 돌려보는데 의지가 안 보이더라고요. 수비를 우선 정말 잘하고 싶어요. 공격에선 화려하지 않지만 꼬박꼬박 득점을 넣고 싶어요.”

스몰포워드로 공격을 하면 키가 작은 수비가 붙을 수도 있고, 피지컬이 우위에 있는 수비수를 상대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득점을 ‘메이드할 수 있는 슈팅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움직이면서 쏘는 것보다 제 자리에서 던지는 슛, 또 수비가 붙어 있을 때 쏘는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 (이)승현이 형이 스크린을 해줄 때 수비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노마크 상황에서는 거의 넣어줘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용산고 이세범 코치는 “장신임에도 슈팅 감각은 타고 났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라면서도 “슛을 하기 전 스텝을 밟을 때 어디까지 움직이고 힘을 제어할 건지 미리 머리와 몸이 예측해야 한다. 이런 디테일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농구 강호들과의 대패 경험에서 생긴 오기와 승부욕은 자성의 분위기에서 적절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19세 이하(U-19) 월드컵 프랑스 전(48-117패) 때 상대 에이스가 와서 ’너 코리아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냐‘고 말을 걸더라고요. 60점 넘게 지고 있는데 대놓고 무시하는 것 같아 얄미웠어요. 이대성(오리온) 형이 얘기해준대로 그런 기억에서도 분명 얻은 것도 있다고 봐요. 반성할 건 하고 다시 붙으면 두려울 게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여준석은 고교 졸업 후의 진로는 대학이다. KBL(한국농구연맹) 무대 입성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더 큰 무대로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무조건 미국에 간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싶어요. 부딪혀보고 싶습니다. 요즘 김연경 선수님, 손흥민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더라고요. 뭔가 목표와 대상을 정해놓지 않고 저만이 가는 길에 대해 살짝 인정을 받고 싶어요.”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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