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에 자랑스러운 아빠 되고파” 불굴의 셔틀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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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정준
도쿄 신설종목 “단-복식 메달 목표”
“참가 자체로 흥분돼… 대단한 영광”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휠체어(WH)2 남자 단식 4연패, 2014년 인천 아시아장애인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강으로 꼽혀 온 김정준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휠체어(WH)2 남자 단식 4연패, 2014년 인천 아시아장애인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강으로 꼽혀 온 김정준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쟁해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농구 전설) 마이클 조던과 (야구 스타) 로저 클레먼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철학자 에릭 브론슨 등이 쓴 책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는 이렇게 스포츠 선수에게는 승리 말고도 도전을 이어가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 김정준(43·울산 중구청)에게 그 이유는 바로 ‘가족’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정준은 24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다. 항상 두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1년 내내 연습과 대회 출전을 이어가다 보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 겨우 통화를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항상 나를 응원해 주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김정준은 2005년 공장에서 일하다 절단기에 옷이 들어가는 바람에 두 다리를 잃었다. 수술과 재활에 1년 5개월이 걸렸다. 마침 TV로 농구를 보면서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부터 재활 차원에서 운동을 해보니 농구공보다 셔틀콕이 그에게 더 잘 맞았다.

김정준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휠체어(WH)2 남자 단식 4연패를 차지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장애인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5월 열린 스페인 패러배드민턴 인터내셔널에서는 단식은 물론이고 이동섭(50·제주도청)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 WH1-WH2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두 종목 모두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김정준은 아직 패럴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상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배드민턴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이 된 이번 대회가 김정준에게 더욱 반가운 이유다. 게다가 이번 패럴림픽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은 김정준에게도 기분 좋은 곳이다. 2019년 일본 패러배드민턴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준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단·복식 모두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 패럴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로 흥분이 된다. 대단한 영광”이라면서 “혹시 진다고 해도 실망할 건 없다. 졌을 때는 다음 경기에서 더 잘하는 걸로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도쿄 패럴림픽#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김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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