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 아닌 만운”… 유도 이성호, 개막 사흘 전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7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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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생긴 결원으로 출전권 획득
16강서 세계랭킹 3위 선수에 패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새로운 시작 기약

뉴시스
개막 한 달 전 2020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낸 여자 유도 대표 한희주(24)는 “내가 천운이면 (이)성호 오빠는 만운이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법 했다. 남자 유도 81㎏급 이성호(29·한국마사회)는 올림픽 개회식(23일)을 단 사흘 앞둔 20일 극적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한 외국 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남녀 전 체급 선수 중 올림픽 출전자를 제외하고 세계랭킹 점수가 가장 높았던 이성호가 본선 무대를 밟게 된 것.

올림픽 꿈이 무산됐다는 생각에 이성호는 진천선수촌에서도 퇴촌했다. 올림픽 유도 경기가 시작되는 24일부터 1주일간 제주도 여행 계획도 세웠다. 자신이 나오지 않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 마음이 미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올림픽이 이성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출전권 획득 소식을 듣게 된 이성호는 부랴부랴 출국에 필요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제주행 티켓을 취소하고 대신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2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81㎏에 출전한 이성호는 2경기 만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32강전에서 엘리아스 나치프(레바논)에게 3분 57초 만에 업어치기 절반 2개로 한판승을 따냈지만 16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에게 2분 16초 안다리후리기로 한판패 했다. 그러나 2경기 6분 13초의 기록이 이성호의 이름과 함께 올림픽 매트에 새겨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뒤 19년 동안 상상만해오던 꿈이 이뤄졌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성호는 경기 뒤 “다른 국제대회랑 달리 올림픽은 매트에 오르기까지 계단 5칸이 놓여져 있더라. 한 칸씩 올라갈 때마다 다리에 1t 무게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다보니 긴장과 설렘 등 많은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좋았다”고 말했다.

체중감량 등 올림픽 준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올림픽 앞에서 체중감량은 10㎏고 20㎏고 문제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답했다. 올 연말 소속팀과 계약만료가 되면서 자연스레 은퇴를 고민했다는 이성호는 “청춘을 이대로 그만 두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말로 다시 새로운 시작을 기약했다.

한편 이날 여자 63㎏급에 출전한 한희주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챔피언 티나 트르스테냐크(슬로베니아)와 32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안다리후리기 절반패했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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