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재영]끈끈한 ‘2002 영웅들’… 외롭지 않은 ‘유비’

유재영 기자 입력 2021-06-10 03:00수정 2021-06-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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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기자
7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 전 인천 감독의 별세 속보를 접하고 한참 멍하게 뉴스 제목의 ‘유상철’ 글씨만 바라봤다. 2019년 10월 췌장암이 발견됐을 때 이미 4기. 그래도 그 힘들다는 항암 치료를 꿋꿋이 견뎌내는 것을 보고 역시 ‘유상철’이구나 싶어 완쾌하기를 기도했다.

기자에게는 취재할 때마다 “수고한다”며 세게 등을 두드려준 멋있는 형이었다. 2006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대표팀 출정식 경기 때 국가대표 은퇴식을 한 유 전 감독에게 인터뷰를 부탁하자 주위 사람들이 많다며 경기장 구석 화장실로 데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던 기억도 선하다.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안타까웠지만 월드컵 멤버들의 ‘의리’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뜨거웠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장례식장에서 황선홍 전 포항 감독과 밤늦게까지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맏형 노릇을 했다. 울산에서 훈련을 지휘해야 했지만 팀에 양해를 구하고 예매한 기차표까지 취소했다. 유 전 감독의 건국대 선배인 황 전 감독은 후배를 먼저 떠나보낸 죄인인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한일 월드컵 후 ‘팀 2002’라는 모임으로 주기적으로 뭉친 김병지, 이운재, 최용수, 안정환, 김남일, 이영표, 설기현, 이천수, 현영민 등도 함께 고인의 곁을 오래 지켰다. 고인과는 대표팀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감독과 전력강화실장으로 인연을 맺은 이천수는 이틀 동안 빈소를 지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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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꼭 이맘때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월드컵 전사들이 ‘유비’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하나로 뭉쳤다. 그 20주년이 되는 2022년에 TV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들이 모두 뭉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유 전 감독.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하늘로 향하는 여정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2002#영웅들#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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