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승현은 지난해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고교 좌완 빅3로 불렸다.
프로 입단 동기 이의리와 김진욱이 일찌감치 1군에서 공을 던진 반면 이승현은 2군에 머물면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았다.
묵묵히 1군 데뷔를 준비하던 이승현에게 불현듯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가벼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승현을 콜업했다.
단순히 1군 분위기를 경험해보라는 차원에서 불러올린 건 아니었다. 허 감독은 이승현을 1군 무대에 세울 계획을 갖고 콜업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4로 뒤진 8회 이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팽팽한 1점차 승부에서 지금껏 1군 무대에 서본 적 없는 루키는 내보내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긴장될 법한 상황이지만 이승현은 실력으로 허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대선배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150㎞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여러차례 뿌렸다. 결과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박수가 아깝지 않은 데뷔전이었다.
당초 이승현은 16일 1군에서 말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데뷔전을 통해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바꿔놨다. 삼성은 16일 불펜 투수 2명을 1군에서 말소했는데 대상은 이승현(우투수)과 양창섭이었다. 루키 이승현은 살아남았다.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과 배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선두 질주 속에서도 매번 타이트한 경기를 펼치느라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까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승현의 등장은 지친 삼성 불펜에 한 줄기 빛이 될 전망이다.
허 감독은 “이승현이 그렇게 대담하게 던질 줄 상상도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높게 평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군 데뷔전에서 존재감을 뽐낸 이승현이 삼성의 선두 수성을 위한 ‘키 플레이어’로 거듭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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