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1년차 이대호(39·롯데)가 보여줄 건 아직도 남아있다. 그는 KBO리그 통산 1743번째 경기에서 포수로 파격 변신하더니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자칫 패배 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었던 만큼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롯데는 지난 8일 가진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대구 삼성전에서 9-8 역전승을 거뒀다. 3-0으로 앞서다 3-7로 뒤졌는데 9회초에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오승환을 무너뜨렸다. 유격수 이학주의 실책 이후 급격히 흔들린 오승환은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첫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롯데는 9회말 수비를 펼쳐야 했는데 전문 포수 자원이 없었다. 엔트리에 등록된 김준태, 강태율이 모두 교체된 것.
마무리투수 김원중과 배터리 호흡을 맞출 포수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롯데 벤치는 오윤석 카드를 고심했는데 ‘맏형’ 이대호가 팀을 위해 자원했다. 경남고 시절에 포수로 뛰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대호가 프로 입문 후 포수 마스크를 쓴 적은 없었다.
낯설고 생소한 풍경이지만, 포수 이대호는 듬직했다. 우선 김원중이 어떤 공을 던져도 다 잡았으며 전문 포수처럼 능숙한 프레이밍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원중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김원중이 오재일과 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이대호는 마운드에 올라 다독이며 힘을 실어줬다. 이에 김원중은 1사 2, 3루에서 김헌곤, 강민호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환호하는 롯데 선수단 사이에서 누구보다 기뻐한 이대호였다.
어렵게 뒤집은 경기를 다시 뒤집혀 패한다면,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5월 들어 최하위를 전전하는 롯데인 만큼 더 곤두박질을 칠 수 있다. 그 위기의 순간에 포수 이대호가 거인군단을 지탱했다.
롯데는 귀중한 1승을 추가하면서 꼴찌 탈출의 계기를 마련, 9위 한화와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맏형의 헌신으로 사기가 오른 롯데가 5월 반등에 성공한다면, ‘포수 이대호’의 공이 매우 클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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