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두산전 1이닝 무실점… 로사도 투수코치 “직구 회전 우수”
고교시절 투수로 뛰던 경험있어… 2016년 정민태 코치도 한때 제안
2년전 제대후 마운드에 전격 복귀
“상대가 아무리 강타자라도 신경 쓰지 마. 너 자신과 네 공만 믿어.”
한화 투수 주현상(29·사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에게 이런 조언을 들었다. 이날 경기는 2015년 프로 입단 후 내야수로 뛴 그가 지난해 투수로 전향한 후 처음 가진 공식 1군 무대였다.
4-3으로 앞선 8회말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한 그의 첫 상대는 두산 홈런 타자 김재환. 그는 패스트볼로 김재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후속 강승호도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박계범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지만 허경민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투구 수는 14개였다.
그의 투수 전향은 막연함 속에서 이뤄졌다. 군 제대 후 2019년 팀에 복귀하자 하주석, 정은원 등이 내야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어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제대 1개월도 지나지 않았던 시점에 구단에서 투수 전향 의사를 물어왔다. 그는 “타자로서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쉬움이 있었다”면서도 “‘투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돌이켜 보면 주현상의 야구인생은 계획보다는 뭔가에 이끌리는 대로 흘러왔다. 초등학교 시절 친형을 따라 야구부에 빵을 얻어먹으러 갔다가 감독의 눈에 띄어 야구를 시작했다. 평소 축구나 달리기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였지만 어느새 야구에 더 재미가 붙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연고지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구단에서는 청주고 시절 투수로도 활동한 주현상의 강한 어깨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정민태 투수 코치는 “만약 한화 투수진이 무너져서 나설 선수가 없으면 네가 투수를 해 볼 생각도 있느냐”며 넌지시 의사를 물어보기도 했다.
서른 가까운 나이에 투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주현상의 이번 시즌 목표는 ‘몇 승, 몇 홀드’가 아니다. 1군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 드리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주현상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제구력을 활용해 영리한 볼 카운트 싸움을 해 나갈 계획이다. 로사도 코치도 “직구 회전수와 무브먼트가 아주 좋다”며 “되도록 초구를 잡아낸 뒤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며 공격적으로 던질 것”을 주문했다. ‘타자’ 주현상의 통산 성적은 118경기 타율 0.212, 0홈런, 12타점에 불과했다. 이제 백지로 시작하는 ‘투수’ 주현상은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까. 그는 환한 웃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직 투수로서 주현상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계속 던지면서 매일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