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국내 1위 장우진 “마음 잡는 법도 배웠죠”

안양=강동웅 기자 입력 2021-02-27 03:00수정 2021-02-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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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못이겨 역전패 당하기 일쑤… 도쿄올림픽 앞두고 조급증 다스려
올림픽 메달만 향해 달렸지만 한국 탁구 알리는 것도 새 목표
도쿄 올림픽 탁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우진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탁구선수가 되고 싶다. 재능이 없는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탁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25일 경기 안양시 미래에셋대우 체육관에서 다중촬영기법을 이용해 장우진의 스매싱, 서브, 백핸드 자세(왼쪽부터)를 촬영한 것이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탁구 기대주 장우진(26·미래에셋대우)은 불같은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경기를 망칠 때가 많았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감독이 그에게 자주 하는 지적도 “마음 관리 못하면 두 번 지는 거다”라는 말이다. 세계 랭킹 11위이자 국내 랭킹 1위인 장우진이 21일 대한탁구협회가 발표한 도쿄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량만큼이나 마인드 컨트롤에도 눈을 떴기 때문이다. 25일 경기 안양시 미래에셋대우 체육관에서 만난 장우진은 “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10경기를 하면 4, 5경기는 이기다가 졌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놈인가 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넘치는 감정을 주체 못했던 때가 많았다. 2015년 15세 차이가 나는 대선배 주세혁과의 경기 중 역전패를 당하자 공을 깨뜨리고 라켓을 집어던져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국제대회에 나갔다가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탁구대에 올라 세리머니를 하다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자멸할 때가 많았던 그는 거듭되는 역전패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승리를 향한 부담감을 떨치는 데 집중했다. ‘그냥 경기를 즐기자’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라켓을 휘둘렀더니 오히려 승률이 높아졌다. 2018년 7월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서 혼합복식, 남자복식, 남자단식 등 3관왕에 올랐다.

탁구 선수를 하면서 그의 꿈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열망도 바뀌었다. “물론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비록 올림픽 메달이 아니더라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한국 탁구를 많이 알리는 것도 의미 있는 목표다.” 한국 탁구의 세계화와 국내 탁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수단이 꼭 올림픽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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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은 초등학교 탁구부 선수였던 네 살 차이 형의 영향으로 8세 때 탁구를 시작했다. 탁구부에서도 탁구보다 무료로 주는 빵과 우유에 관심이 더 많았다. 탁구보다는 축구, 족구에 한눈팔 때도 많았다. 탁구부에서 얌전히 훈련을 받는 날은 일주일 중 하루 이틀에 불과했다.

그래도 타고난 재능은 주위에서 먼저 알아봤다. 강원 속초 청대초교 교장과 탁구부 코치는 집까지 찾아가 “장우진을 탁구 선수 시키자”며 부모를 설득했다. 성수고 1학년 시절에는 탁구 라켓을 후원해 주던 업체 ‘엑시옴’에서 1년간 독일 유학을 시켜주기도 했다.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은퇴 뒤 후배들에게 정밀한 탁구 이론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3년 전 여자 대표팀 코치로 파견 온 한 중국 지도자에게 과학적인 이론 탁구를 배웠다. 그는 “한국에서는 드라이브를 할 때 큰 틀에서 ‘무릎을 낮추고 허리를 돌려서 공을 칠 때 손을 앞으로 내보내라’고 알려준다”며 “하지만 중국에서는 ‘무릎을 굽힐 땐 얼마만큼 굽혀야 하는지’ ‘공을 때리기 전에 손목의 위치는 어때야 하는지’ ‘공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쳐야 공이 길게 떨어지는지’ 하나하나 분석해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서 관련 학문도 깊이 공부할 계획이다.

안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탁구#장우진#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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