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허경민, 두산 왕조 새로운 주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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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S서 4할대 활약에도 5할대 펄펄 난 정수빈이 MVP
이듬해엔 양의지에 밀려 또 양보
FA 최장 7년 85억 계약 비결은 자신과 싸우는 꾸준한 노력 덕분
올시즌엔 유력한 주장후보 떠올라

최대 7년 85억 원의 조건으로 두산에 잔류한 3루수 허경민이 서울 잠실구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허경민은 “좋은 계약을 한 후 새로운 목표를 마음에 새겼다. 달성하는 날까지 밝힐 순 없지만 그 목표를 향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제공
최대 7년 85억 원의 조건으로 두산에 잔류한 3루수 허경민이 서울 잠실구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허경민은 “좋은 계약을 한 후 새로운 목표를 마음에 새겼다. 달성하는 날까지 밝힐 순 없지만 그 목표를 향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제공
두산 3루수 허경민(31)은 2016년 NC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타율 0.353, 5타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팀은 우승했지만 KS 최우수선수(MVP)는 타율 0.437을 기록한 팀 동료 양의지(현 NC)에게 돌아갔다. 2015년 KS에서도 허경민은 타율 0.474, 1홈런, 6타점, 9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당시에도 MVP는 부상 투혼 속에 타율 0.571을 기록한 동기 정수빈이 차지했다. 허경민은 2년 연속 차점자에 만족해야 했다.

돌이켜 보면 그의 야구 인생은 늘 그런 식이었다. 수준급 수비에 빠른 발, 괜찮은 공격력을 가졌지만 유독 상복이 없었다. 3루수라는 포지션 탓이기도 했다. 팀의 3루수는 거포형 선수들이 맡는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때도 그는 번번이 ‘홈런 타자’ 최정(SK)이나 박석민(NC) 등에게 밀렸다. 그가 황금장갑을 낀 것은 입단 10년 차이던 2018년이 유일했다.

그랬던 허경민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타율 0.332, 7홈런, 58타점을 기록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지난해 말 두산과 최대 7년 85억 원에 계약했다. 4년 65억 원 보장에 이후 본인이 원하면 3년 20억 원을 받고 팀에 더 남을 수 있다. 기간으로 보나, 총액으로 보나 올해 FA 시장 최고의 계약이다.

허경민은 “너무 만족하고 감사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야구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모처럼 주연이 돼 기분이 좋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야구를 잘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두산엔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았고, 늘 경쟁의 연속이었다. 야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그는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리 팀엔 상대 팀과 싸워야 하는데 자기 자신과 싸우는 선수가 몇 명 있다”고 했는데 허경민이 그중 하나였다. 허경민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기에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와 함께 ‘90년생 삼총사’인 정수빈과 박건우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는 “내가 못할 때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위축되지 않았다. 잘할 때는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함께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FA 자격을 얻은 정수빈은 6년 최대 56억 원에 잔류했고, 박건우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상 영원한 두산맨이 된 허경민은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 우승한 ‘두산 왕조’를 지킬 책임을 안고 있다. 새 시즌 유력한 주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만년 조연’에서 마침내 주인공이 된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빛을 보는 순간이 온다. 안 된다고 포기할 것도 없고, 잘된다고 들뜰 것도 없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허경민#두산#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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