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농구 김상식 감독·추일승 경향위원장 동반 사의

뉴시스 입력 2021-01-24 08:12수정 2021-01-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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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발 후폭풍에 책임
김상식 감독 "신뢰에 금 가…공정성 기했으나 오해 소지 있었다면 죄송하다"
추일승 위원장 "후회 없는 선발…양심에 떳떳"
일부 구단 선발 관련 청탁은 거부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의 김상식(53) 감독과 국가대표 선발·운영을 이끄는 추일승(58) 대한민국농구협회 산하 경기력향상위원장(이하 경향위)이 동반 사임 의사를 밝혔다.

24일 농구계에 따르면, 김 감독과 추 위원장은 다음달 18일부터 22일까지 필리핀 클라크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일정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대표팀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당 1명을 선발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부 구단과 감독이 전력누수에 대한 형평성을 운운하며 반발하자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필리핀 원정 이후 방역지침에 따른 자가 격리 2주의 영향이 크다. 구단들은 휴식기 이후 2주 격리에 돌입하면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 차질을 빚는다며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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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안한 김 감독과 경향위는 특정 구단에 큰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프로 팀당 1명을 선발하고, 상무 소속 강상재와 고교생 여준석(용산고)을 선발한 배경이다. 12명 전원을 상무와 대학 선수로 꾸리는 것도 고려했지만 여러 방안 중 하나였을 뿐이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우선으로 가장 강한 전력을 구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방향성을 그렇게 잡아야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다. 나와 경향위원들 모두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해를 불렀다면 죄송하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구단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나
일부에서 경향위가 프로 구단이나 선수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선발했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10개 구단 사무국은 이번 선발과 관련해서 공식 입장을 정리해 경향위 측에 전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국장들 사이에서 여러 목소리가 오갔지만 팀별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기 어려웠다. 국가대표 후보가 다수인 전주 KCC, 부산 KT, 고양 오리온 등과 그렇지 않은 서울 삼성, 창원 LG 등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사무국장은 “대부분 팀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선수들의 이탈에 예민했다. 특정 구단이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몇몇 구단은 선발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단간 감정 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기에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예를 들어 팀당 1명 선발 원칙 없이 최강 전력을 구축하려고 했다면 KCC, KT, 오리온은 중요한 순위 싸움을 앞두고 전력누수가 매우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건아, 이정현, 송교창(이상 KCC), 허훈, 양홍석(이상 KT), 이대성, 이승현(이상 오리온)은 유력한 승선 후보로 거론됐다. 시각에 따라 팀당 1명 선발은 경향위가 세 팀을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회와 경향위는 대표팀 선발과 운영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는다. KBL과 구단은 일반적인 협조와 의견 제시 외에 개입할 수 없다.

구단들이 제각각 경향위 측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면 이는 청탁 성격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크다.

“김상식 감독에게 사과하고 싶다”
국가대표 선발과 운영 권한이 없는 KBL 인사 몇몇이 주축으로 꾸린 명단을 불편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흥행 때문이다. 운영 주체인 협회마저 애매한 자세를 취하면서 김 감독을 비롯한 경향위가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가 됐다.

명단 확정 이후 하루 동안 발표를 보류하고, 다시 협회와 KBL의 고위층이 자리한 것도 이때문이다.

현직 감독의 공식적인 불만 토로는 신뢰에 금이 가게 했고, 결국 김 감독의 사임과 경향위의 와해로 이어졌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명단을 확인한 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설명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김 감독과 경향위를 겨냥했다.

해당 발언의 배경을 묻자 “나는 구단들의 공식 입장이 전달되지 않거나 한 배경을 아예 알지 못했다. 12명 명단을 보고, 이게 모두 A급 선수로 꾸린 게 맞는지를 생각했다”며 “발언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김상식 감독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구단별 선발 선수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전준범과 서울 SK의 안영준에 대한 의견이다. 몇몇 구단이 유사한 목소리를 냈다.

둘은 부상으로 코트를 밟지 못했다가 최근 정상 훈련을 시작했다. 현 전력에서 큰 비중이 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빠져도 현대모비스, SK는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전준범은 23일 서울 삼성전에서 복귀했고, 안영준은 조만간 코트를 밟을 예정이다. 대회까지 3주가량 남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전준범이 이번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그동안 국가대표팀 정규 멤버로 뛰었던 슈터다. 안영준은 포워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구단별 1명 선발 원칙을 지키면서 포지션을 감안했다. 공수에서 필요한 선수”라며 “경향위가 아무 정보도 없이 아픈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 프로에 계신 선배님들도 과거 대표팀을 이끌어 보시지 않았는가. 그동안 계속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회복 정도와 몸 상태, 훈련 과정을 확인했다. 우리가 뒤에서 특정 구단과 뭐라도 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직 감독인 서동철 KT 감독, 이상범 원주 DB 감독이 강화위원으로 함께 활동 중인 상황에서 특정 구단을 특히 배려하는 게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추 위원장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지만 이렇게 잡음이 많을 줄 몰랐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발에 대해 후회는 없다. 양심에도 떳떳하다”며 “김 감독이 마지막까지 소신껏 지휘했으면 한다”고 했다.

앞에서 비난하고, 뒤에서 청탁
강상재, 여준석을 포함해 10개 구단별로 라건아(KCC), 김종규(DB), 이관희(삼성), 안영준(SK), 변준형(인삼공사), 김시래(LG), 전준범(현대모비스), 김낙현(전자랜드), 허훈(KT), 이승현(오리온)이 12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컵 예선은 원래 홈앤드어웨이로 열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 장소에 모여서 치르는 식으로 바뀌었다.

한국은 코로나19 우려로 지난해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예선에 출전하지 않았다가 최근 FIBA로부터 벌금 2억원 및 승점 2점 감점 징계를 받았다. 2월 대회에 출전하면 징계는 절반으로 삭감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과 한 조에 속했다. 2위 이내에 들어야 본선에 갈 수 있고, 월드컵 출전권 획득에 도전할 수 있다.

필리핀 현지 상황이 좋지 않아 개최지 변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한편, 모 구단은 경향위 측에 특정 선수를 발탁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구단은 여전히 선수 선발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험한 시기에 주축 선수들이 가는 건 위험한 것 같으니 상무나 대학 선수들이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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