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책임감, 성적 부담… 힘들었던 2020년 우승 확정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 주르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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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가 털어놓은 ‘KS 눈물’
시즌때도 안풀리면 라커룸서 ‘엉엉’
이동욱 감독 “힘들었을거야” 공감

프로야구 NC 통합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앞)과 포수 양의지. 포수 포즈를 취한 이 감독 뒤의 양의지가 심판처럼 스트라이크 제스처를 선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로야구 NC 통합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앞)과 포수 양의지. 포수 포즈를 취한 이 감독 뒤의 양의지가 심판처럼 스트라이크 제스처를 선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KBO리그 제9구단 NC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0 한국 프로야구에서 명장면 중 하나는 포수 양의지(33)의 눈물이었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의 마지막 타자를 잡아낸 뒤 양의지는 그라운드에 누워 한참 눈물을 쏟았다. 평소 볼 수 없던 양의지의 우는 모습에 같이 울었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양의지는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주장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야 했고, 개인 성적도 잘 내야 했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우승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했다.

두산 시절 양의지는 공수에 걸쳐 영리한 플레이를 펼쳐 ‘곰의 탈을 쓴 여우’로 불렸다. 2019시즌을 앞두고 NC로 이적한 뒤에는 ‘공룡’으로 탈을 바꿔 쓴 채 여전히 영리하게 팀을 이끌었다. 양의지는 “경기가 제대로 안 된 날에는 분이 풀리지 않아 라커룸에 들어와 펑펑 울곤 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눈물을 보인 건 거의 없던 일”이라고 했다.

이동욱 NC 감독도 양의지의 눈물에 깊이 공감했다. 이 감독은 “힘들었을 것이다. 포수라는 포지션 자체가 그렇고, 그 와중에 4번 타자를 맡는다는 게 그렇다. 거기에 주장까지 겸했으니…”라고 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 속에서도 양의지의 올 시즌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4번 타자로 주로 나서면서 타율 0.328, 33홈런, 124타점을 올렸다. 출루율은 정확히 0.400. 더불어 포수로서는 경이적이라 할 수 있는 도루저지율 0.429(56번 중 24번)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318, 1홈런, 3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 감독은 “송명기와 김영규, 홍성민 등 젊은 투수들과 김진성, 임창민, 원종현 등 베테랑 투수들이 서로 도와가며 잘 버텨줬다”며 “이 모든 투수들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준 게 바로 양의지였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프로야구 시식상의 단골 수상자로 여전히 바쁜 양의지지만 그의 시선은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NC는 신생팀답게 선수들이 젊고 활기가 넘친다. 그렇지만 명문 팀이 되기 위해선 전통을 쌓아가야 한다. 올해 우승으로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나부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의지#책임감#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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