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했던 것들이 소중해진 시대… 축구장도 팬들이 그리웠다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12일 2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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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 경기를 찾은 한 관중이 ‘보고 싶었어요’ 가 적힌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2차전 경기에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0.10.12/뉴스1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 경기를 찾은 한 관중이 ‘보고 싶었어요’ 가 적힌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2차전 경기에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0.10.12/뉴스1
축구장의 장점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로 아주 적합하다는 것이다.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함께 뛸 수 있고, 응원하는 팀의 상황에 따라 때론 환호하고 때론 절규하면서 발산하는 에너지는 ‘직관’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맛이다. 90분 건전하게 토해내다 보면 답답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축구라는 종목에 대한 큰 지식이 없더라도 분위기에 반해서 축구장을 찾는 이들이 적잖고 그 매력 중에는 일상에서는 쉽지 않은 ‘마음껏 소리 지르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운한 시대에는 그 당연했던 즐거움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다시 일상에 근접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 시대에 축구 보는 법’도 조금은 익힐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함성 대신 박수로 만족해야하는 풍경이 영 낯설었지만, 그래도 팬들이 축구장에 있으니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A대표팀이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스페셜 매치’ 2차전에서 이동경, 이주용, 이영재의 골을 묶어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을 3-0으로 완파했다. 지난 9일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결과를 묶어 형님들이 자존심을 지킨 경기였다.

공식적으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라 명명된 이번 대결은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나라와 A매치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육책처럼 마련된 경기다. 갖은 의미를 부여하긴 했으나 사실 경기 결과에 대한 큰 의미보다는 한동안 소집조차 하지 못했던 두 팀의 정비 그리고 팬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기 위한 의도가 더 컸다.

애초 축구협회는 무관중 경기로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고 실제로 1차전은 텅 빈 스타디움에서 선수들만 뛰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정부가 1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이에 축구협회도 급히 유관중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협회 측은 “대표팀 경기에 목마른 축구팬들에게 관전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격적으로 관중 수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모두 3000장의 티켓을 준비했는데 최종 2075명의 팬들이 함께 했다. ‘완판’은 실패했으나 워낙 급히 공지된 일이고 QR코드 인증과 체온측정, 소지품 검사 등 번거로운 과정을 감수해야하는 수고로움 등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숫자였다.

예매부터 입장까지 모든 것이 생소했으나 역시 가장 큰 차이는 축구를 보는 법, 응원하는 법이었다. 팬들은 모두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혹은 그 자리에 서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적인 자세로 경기를 지켜봤다.

전광판에 새겨진 ‘육성 응원은 금지입니다만… 박수는 마음껏 치셔도 됩니다’라는 안내 문자와 함께 힘껏 손뼉으로만 마음을 보냈다. 물론 중간중간 결정적 장면이 나올 때 자신들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성은 있었으나 대부분의 팬들이 잘 지켜줬다.

직관의 묘미 중 하나인 치맥은 고사하고 물과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됐으니 추운 날씨에 허기를 달랠 수도 없었다. 그래도 10개월 만에 ‘직관’의 기회를 잡은 팬들은,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오랜만에 운동장을 도는 팬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었다.

평소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았던 모습이었는데 이마저도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누군가 “축구장의 완성은 팬”이라고 했는데,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그리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 뒤 “소수의 팬들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더라. 새삼 관중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일정이 아닌가 싶다”며 에둘러 감사를 표했다.

(고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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