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눈 감고 퍼트… 홀에 ‘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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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PGA 42개월만에 환호
“코로나로 힘든 가족을 위한 우승”

눈을 감은 채 퍼팅하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JTBC 화면 캡처
눈을 감은 채 퍼팅하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JTBC 화면 캡처
18언더파로 피터 맬너티(33·미국)와 공동 선두로 18번홀(파4)에 들어선 세르히오 가르시아(40·스페인). 17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을 홀 왼편 1m도 안 되는 거리에 붙여놓은 가르시아는 눈을 감은 채 퍼팅을 했다. 툭 친 공은 홀로 빨려 들어갔다. 우승을 확정짓는 챔피언 퍼트였다. 그제야 눈을 뜬 가르시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었다.

가르시아는 5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의 잭슨CC(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샌더슨팜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2017년 4월 마스터스 이후 3년 6개월 만에 통산 11번째 PGA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달러(약 13억75000만 원). 이날 9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르며 연장전을 준비하던 맬너티는 가르시아의 신들린 듯한 마지막 홀 플레이에 미소를 보내며 1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내내 가르시아가 눈을 감고 하는 퍼팅, 일명 ‘노룩 퍼트’는 큰 화제를 모았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이날도 중요한 순간마다 노룩 퍼트로 위기를 벗어났다. 7번홀(파3)에서 9m짜리 버디 퍼트를 낚은 것과 9번홀(파4)에서 버디 퍼트를 잡아낸 게 대표적이다.

가르시아는 “곧이 들리지 않겠지만 지난 4년 동안 퍼트의 70∼75%는 눈을 감고 했다. 3년 전 마스터스 우승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눈으로 직접 보면서 완벽하게 집중하려고 할 때보다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으로 퍼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룩 퍼트가 항상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6월 PGA투어가 재개된 후 가르시아는 9개 대회에서 네 번이나 컷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그린 속도가 빠른 코스에서는 노룩 퍼트가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가르시아의 주장이다.

가르시아는 우승 뒤 “코로나19 때문에 삼촌 2명이 돌아가셨다. 아버지에게 힘든 일이 됐는데 우승 소식을 아버지와 돌아가신 삼촌들에게 전하고 싶다. (올해 4월 태어난) 둘째 엔조와 우승을 함께하게 돼 기쁘다. 가족에게 바치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세르히오 가르시아#pga 42개월만에 우승#미국프로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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