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타임] 유현주의 길, 걸비스의 길

김종석기자 입력 2020-10-02 07:52수정 2020-10-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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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만 28만 명 육박
꼭 ‘실력=인기’아니더라도 특별한 존재감
바비인형 걸비스 평생 1승이 큰 자산
유현주(26)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최고 인기스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적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만 비교하면 그런 평가가 나올만 하다. 그의 팔로워는 2일 현재 27만9292 명에 이른다. 열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전인지(7만8537명)와 박성현(9만1034명)을 합해도 유현주를 넘지 못한다. 이번 시즌 KLPGA투어 상금 랭킹 1위 박현경은 3만7000 명 정도다. 역시 SNS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신애는 약 18만 명이다. KLPGA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한 집계는 하지 않았지만 회원 가운데 유현주가 팔로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현주가 뜨거운 시선을 받는 것은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인스타그램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필드 안팎에서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유현주가 드라이버 샷을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골프는 SNS 활동에 최적화된 스포츠라는 분석이 있다. 플레이 도중에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거나 관련 글을 포스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 20,30대 골프 인구와 여성들의 골프 진입이 늘어난 것도 유현주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여성 주말골퍼인 회사원 A 씨는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파워풀한 스윙을 지닌 유현주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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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출전하면 카메라에 집중 표적이 되는 유현주는 “많은 관심을 갖는 건 선수로서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외모만 갖고 있는 건 아니고 외모가 부각되는 것이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현주가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흔히 ‘실력=인기’라는 말도 유현주에게는 예외다. 그는 2011년 KLPGA 회원이 된 뒤 우승 경험이 없다. 정규투어에는 2012년 데뷔했으나 상금랭킹 73위에 머물러 시드를 잃었다. 그 후로도 1,2부 투어를 넘나들고 있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12년 부산은행·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14위다.

지난해 11월 KLPGA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30위에 올라 올해 조건부 시드를 받고 정규투어에서 뛰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6차례 컷탈락하며 최고 성적은 7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기록한 공동 25위. 지난주 팬텀클래식에서 1라운드 공동 선두로 마쳤으나 최종 성적은 42위였다. 상금 랭킹 95위에 처져있어 내년 시즌 정규투어에서 뛰려면 시드전을 거쳐 살아남아야할 형편이다.

인기가 거품이라거나, 운동에 더 전념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정글에 비유되는 KLPGA에서 정규투어 무대를 지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부 투어에 걸쳐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현주도 “골프를 열심히 하려고 애쓸 뿐이다. 뛰어난 기량이 없다면 1부 투어에서 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회 도중 후원사 부채를 들고 나온 유현주. 박준석 작가 제공
유현주에 대한 높은 관심은 스폰서 계약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는 의류(크리스애프앤씨) 신발(아디다스골프) 골프존, 엑스골프 등과 계약하고 있으며 골프장, 리조트, 건강기능식품업체 등과도 후원받고 있다. 한 스폰서 기업 관계자는 “유현주 프로를 통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업체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잘 맞춰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유현주는 인스타그램이나 대회 도중에도 자신의 후원 업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경향이 있다.

인터뷰하고 있는 내털리 걸비스. 동아일보 DB
유현주 신드롬을 보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내털리 걸비스(37·미국)가 떠올랐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걸비스는 2002년 LPGA투어 입회 후 ‘바비 인형’, ‘섹시 아이콘’으로 이름을 날렸다. 과거 국내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금발에 파란 눈이 인상적인 그는 “후원 받는 업체가 몇 군데인가”라는 질문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18개”라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걸비스가 스폰서 계약으로 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자신의 높은 상품성에 대해 “대회 때는 물론이고 필드에서 쉬더라도 방송을 통해 내 성격을 마음껏 보여준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털어놓았다. SNS가 활발했던 시절이었다면 그의 가치는 더 하늘을 찌를 수 있었다.

스폰서 업체를 각별하게 챙기기로 유명한 걸비스는 당시 만남에서 묻지도 않은 후원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하면서 정확도가 높아졌다”, “아디다스 의류 덕분에 좋은 옷을 많이 입게 됐다” 등의 식이다. 걸비스의 이런 모습에 후원 업체는 흐뭇할 수밖에 없다.

LPGA 인기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내털리 걸비스. 동아일보 DB
미국 LPGA투어 데뷔 후 5년 넘게 우승이 없어 ‘얼굴과 몸매로만 먹고 산다’는 비판을 듣던 걸비스는 ‘섹시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의 ‘붕어빵’으로 비교되곤 했다. 하지만 걸비스는 2007년 에비앙마스터스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둬 실력도 인정받으며 스폰서 계약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이 대회는 아직도 걸비스의 유일한 우승으로 남아 있다. 그는 “다른 여성처럼 여성골퍼도 외모에 자신감이 있을 때 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걸비스는 아직도 가끔씩 LPGA투어 대회에 나서고 있다. 올해 4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평균타수는 76타. 투어 카드는 없지만 여전히 지명도가 높아 스폰서 초청을 받거나, 상위권 선수의 불참에 따른 출전자격을 받고 있다. 걸비스는 올 연말 은퇴를 발표했다.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나는 정상과 너무 멀어졌다.”

유현주도 누구보다 우승 트로피를 간절히 원할지 모른다. 정상에 오른다면 본인 뿐 아니라 팬, 스폰서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개성 있는 존재감만으로도 KLPGA투어를 빛내는 훌륭한 흥행카드가 된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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