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대 “2032년 공동 올림픽 개최 밑바탕 되길”…北조선체육대와 교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2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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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규 총장, 남북 스포츠 교류 위해 SGI컨설팅과 업무 협약 체결
이질적인 남북 스포츠 용어 정리 작업도 시작에도 착수

“남북을 대표하는 체육 대학들부터 교류를 시작하면 2032년 공동 올림픽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겠습니까.”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은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국체대는 14일 남북 경제협력 컨설팅업체인 SGI컨설팅(회장 유완영)과 남북 스포츠 문화 교류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이지만 대학 차원에서 스포츠를 통해 교류의 물꼬를 터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안 총장은 과거 국제 행사에서 두 차례 장웅 북한 IOC 위원과 만나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당시 두 사람은 한국체대와 북한 조선체육대학 간 교류에 뜻을 모았다고 한다. 안 총장은 “북한이 동계 스포츠, 특히 쇼트트랙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 학교 출신 금메달리스트도 많고 시설도 갖추고 있으니 북한 선수들이 오면 얼마든지 지도를 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총장은 젊은 선수들 간의 교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의 젊은 학생들, 체육 지도자 간 교류가 미래의 남북 단일팀 구성은 물론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안 총장은 한국체대 졸업생으로는 처음 총장이 됐다.

한국체대는 남북 스포츠 교류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 용어 정리 작업도 시작한다.스포츠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보니 단일팀 구성 등 스포츠 교류 때마다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체대는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공동 집필 중인 겨레말큰사전 가운데 스포츠 용어 항목의 정리 작업을 맡기로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 측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안 총장은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학 내 국어국문학과와 체육사과 교수 5명을 투입해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다고 한다.

북한 측과의 논의는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이 맡는다. 한국체대는 업무협약에 이어 유 회장과 이종식 SGI컨설팅 부회장을 한국체대 산학협력본부 홍보위원으로 위촉했다.

유 회장은 1996년 대북 사업을 시작한 1세대 남북 경협 기업인으로 최근까지 여러 남북 스포츠 교류 사업을 주도해 왔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남북장애인교류위원회 위원장인 유 회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당시 북측 선수단 참가를 위한 협의 창구 역할을 했다.지난해 1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남북, 중국, 러시아, 일본 5개국 친선 탁구대회도 성사시켰다. 유 회장은 “남북 교류의 물꼬를 가장 먼저 틀 수 있는 분야가 스포츠”라며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가 성사될 경우 자연스럽게 올림픽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까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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