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사나이⑨] ‘노장은 살아있다’ 키움 이택근, 다시 한번 불꽃 태우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17일 05시 30분


키움 이택근. 스포츠동아DB
키움 이택근. 스포츠동아DB
‘5억 원→5000만 원.’

키움 히어로즈 이택근(40)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선수로는 가장 뼈아픈 일을 겪었다. 2019시즌 5억 원이었던 연봉이 무려 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90% 삭감. 자신의 가치를 연봉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프로선수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숫자였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최종 매듭지어지면서 이택근은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KBO의 출전정지 징계가 끝난 뒤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올 시즌 출격에 모든 것을 맞췄다.

선택은 옳았다. 이택근은 대만에서 치러진 팀의 스프링캠프에 퓨처스군으로 먼저 참가했지만, 준비된 몸과 물오른 기량을 코치진으로부터 검증받아 기어코 1군 캠프에 합류했다. 경쟁 수준이 ‘전쟁’이라고 봐도 좋을 키움 외야진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드러내며 베테랑의 위엄을 뽐냈다.

키움 손혁 감독은 이택근이 대만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자 “상당히 놀랐다. 감은 정말 타고 났다”며 감탄했다. 오랜 공백이 무색할 만큼 좋은 적응력을 보이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는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체 청백전 및 훈련에서도 계속 1군과 동행하고 있다. 자신보다 많게는 스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는 법이 없다. 오히려 타격과 주루 플레이에서는 가장 앞선 센스를 보이기도 한다.

만 40세의 노장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떨어질 곳도 없다. 1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도 뜨겁게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다. 과거 히어로즈의 영광을 이끌었던 그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팀 속에서 또다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노장의 열정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팀의 ‘V1’까지 이끌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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