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구위 확인한 삼성, 우규민·장필준 역할 더 중요해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13일 06시 30분


삼성 오승환-우규민-장필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삼성 오승환-우규민-장필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이 드디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마운드를 밟았다. 끝판대장의 귀환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11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최고구속 147㎞의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1이닝을 퍼펙트 피칭으로 봉쇄했다. 지난해 중반 삼성 복귀를 선언한 뒤 국내에선 처음으로 실전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는 마무리 오승환 카드를 꺼내 들 날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복귀 직후 받은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 여파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게 더 큰 수확이다. 오승환은 “구위와 내용을 떠나 타자와 상대했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도 “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처음 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징계다. 오승환은 지난해 8월 선수등록 후 2015년 해외 불법도박과 관련해 KBO로부터 받은 72경기 출장정지 징계 후 42게임을 소화했다. 개막 시점과 관계없이 2020시즌 팀의 31번째 경기부터 등판이 가능하다.

삼성이 오승환 없이 30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더블스토퍼로 활약한 우규민과 장필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둘은 2020시즌에도 삼성 불펜의 핵심자원이다. 필승계투요원으로서 매력도 풍부하다. 서로 장단점을 공유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케미스트리’도 플러스 요인이다.

우완 사이드암 우규민은 팀에서 권오준(40)과 윤성환(39)에 이어 투수 서열 3위다. 개인과 팀 성적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 2019시즌에는 54경기에서 2승7패15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했다. 탁월한 제구력과 좌·우타자의 몸쪽을 모두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공격적인 투구에서 관록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마무리로 나섰을 때 성공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낸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시속 150㎞대 빠른 공이 주무기인 장필준은 2017시즌부터 꾸준히 뒷문을 지켜온 만큼 마무리 자리에 이질감은 없다. 2019시즌에는 61경기에서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3승3패11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풀타임 시즌을 뛰며 처음으로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끌어내린 것은 분명 자신감을 키우는 요소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강속구를 뒷받침할 변화구도 확실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기복을 줄인 덕분에 그만큼 믿음도 커졌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선발진이 강하지 않다면 계투진을 보강해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필승조를 책임질 우규민과 장필준을 향한 믿음이 크기에 가능한 플랜이다. 첫 30경기에서 둘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2020시즌 삼성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오승환이 구위를 입증하며 상수(常數)에 가까워졌기에 더욱 그렇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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