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이 ‘꿈의 무대’로 통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019-20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성공시켰다. 상대가 독일 분데스리가를 상징하는 거함 바이에른 뮌헨이라 가치가 더 컸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숙였고,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2-7. 손흥민이 선제골을 기록하고도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에 참패를 당했다.
토트넘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7로 크게 졌다. 토트넘이 7골을 내준 것은 지난 1996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전에서 1-7로 패한 이후 23년 만의 비극이었다. 홈 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출발은 좋았다. 토트넘은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강한 압박을 통해 높은 위치에서 공을 가로채자 손흥민은 재빨리 공을 받을 수 있는 태세로 전환하며 박스 안 오른쪽으로 쇄도했고 델레 알리의 패스를 잡지 않고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뮌헨 골망을 흔들었다.
노이어 골키퍼의 손을 스쳤을 정도로 각이 많지는 않았으나 타이밍과 속도가 워낙 좋았다.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단순히 주력만 빠른 게 아니라 ‘생각의 속도’나 ‘반응 속도’ 역시도 톱클래스라는 것을 입증했던 장면이다. 올 시즌 챔스에서 거둔 첫 골이었고 대상이 뮌헨이었으니 더더욱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빛이 바랬다.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전반전에 2골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진짜 비극은 후반전에 벌어졌다. 토트넘은 세르주 나브리에게만 무려 4골을 얻어맞는 등 총 5골을 더 실점하면서 2-7 참패를 당했다.
어떤 강팀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을 수는 있다. 축구인들 사이 “안 되는 날은 뭘 해도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치 홀린 듯 무너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토트넘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기들이 자주 나오는 게 문제다.
2019-20시즌 EPL 개막전에서 아스톤빌라를 3-1로 꺾고 이어진 2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프 맨체스터 시티와 2-2로 비길 때만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3라운드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뉴캐슬에 0-1로 패하면서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당시도 홈경기였다.
9월2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서 2-2로 비긴 토트넘은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9월19일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UEFA 챔스 조별리그 1차전에서 2-2로 비기면서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로테이션도 실패했고 승리도 놓쳤다. 그리고는 연거푸 주저앉았다.
토트넘은 9월21일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1-2로 무릎을 꿇었고 나흘 뒤인 25일에 열린 카라바오 컵에서도 콜체스터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조기에 대회를 마감했다. 콜체스터는 4부리그 클럽이었으니 대이변이었다. 지난달 28일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던 토트넘은 B.뮌헨에게 핵펀치를 맞고 다시 쓰러졌다.
지난 시즌 구단 사상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준우승팀 토트넘은 1무1패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오는 23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토너먼트 진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토트넘은 정규리그에서도 7라운드 현재 3승2무2패 승점 11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적어도 지금의 토트넘은, 이기고 비기고 지는 상황이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는 평범한 수준의 팀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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