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처럼…벤투호, 중국 경유·하루 전 평양 입성?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4일 19시 02분


코멘트
북한이 다음달 15일 열릴 예정인 한국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예정대로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표 선수들의 이동 경로 등 세부 사항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남자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예선 평양 원정은 2년 전 여자축구대표팀의 절차를 고스란히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담당 부서와 북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미팅을 진행한 결과, 북한축구협회측이 예정대로 평양에서 경기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고 24일 밝혔다.

남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위해 평양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예선에서 모두 북한과 맞붙었지만 북한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이유로 한국 선수들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두 경기는 제3국인 중국에서 열렸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 예정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또 다시 중국 개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북한축구협회장의 확언으로 평양 원정 성사가 결정됐다.

북한측은 “한국도 H조의 다른 팀들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곁들였다. 이에 비춰볼 때 한국 선수단은 육로가 아닌 중국을 거쳐 북한에 입국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 9월 평양 원정 경기를 치렀던 레바논도 중국을 거쳐 북한에 당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여자아시안컵 예선 참가했던 한국 여자대표팀 역시 중국을 거점으로 삼았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 현지에서 하루를 보낸 후 평양으로 넘어갔다. 군 수송기를 이용했던 지난해 남북통일 농구대회의 사례도 있지만 대회의 성격이 달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북한 선수들처럼 육로를 통해 바로 이동할 경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지만, 미온적인 북한의 태도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을 거쳐 이동할 시나리오로 평양 원정을 준비했다. 중국의 초청장은 이미 발부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벤투호가 평양에서 머무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차 적응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 필요가 없는데다 시설이 낙후돼 굳이 미리 들어갈 필요가 없다.

벤투 감독 역시 원정 국가에 최대한 늦게 가는 것을 선호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 12일 평양 원정과 관련된 질문에 “이동 계획이나 시간적으로 허용이 된다면 기본적인 계획은 늦게 들어가는 것”이라면서 “평양 원정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떤 상대든 해당국가에 늦게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철학을 밝혔다.

FIFA 주관 국제대회인만큼 태극기와 애국가는 다른 A매치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도 김일성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됐다. 김일성경기장에 태극기가 휘날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대한민국 선수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등 정확한 국가명칭이 스피커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방북 취재진 규모는 총 10여명 정도다. 남북통일 농구대회에는 10명의 취재진이 방북을 승인받았다. 북한은 여자 아시안컵 당시 북한축구협회 명의의 신변안전보장각서를 AFC에 보내 신변 안전을 약속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