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생각 마” 이강철의 배려, 박경수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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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5일 1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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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히어로 변신’이었다. 박경수(35·KT 위즈)가 길었던 슬럼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KT는 4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창단 이래 최다 연승 기록의 숫자를 ‘8’까지 늘렸으며, 창단 최초 2연속 스윕승을 달성했다. 해결사는 박경수였다. 7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3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박경수의 한 경기 3안타는 5월 15일 이후 약 두 달 여만이다.

그 사이 길었던 슬럼프가 박경수를 휘감았다. 팀은 상승세였지만, 거기에 어떠한 보탬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박경수를 괴롭혔다. 6월까지 82경기에서 타율 0.221, 7홈런, 42타점. 규정타석을 채운 60명의 타자 중 타율 최하위였다.

박경수는 경기 전후로 타격 훈련량을 늘렸다. 팀내 최고참급 베테랑이지만 특타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맹훈련에도 타격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6월의 월간 타율은 0.149까지 떨어졌다. 박경수는 자진해서 2군에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면담을 요청하려던 찰나, 이강철 감독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박경수가 등에 지고 있는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건넬 수 있던 얘기였다. 박경수도 “어떻게 아셨는지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신기해했다.

이 감독은 박경수의 훈련량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비에서도 9이닝 가까이 나가는데 특타까지 치면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준비만 해서 경기에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얄밉게 너만 생각해라.” 이 감독의 조언이었다.

그리고 3일 삼성전에서 모처럼 안타를 때려낸 뒤 4일 경기 3안타 2타점으로 감을 찾았다. 박경수는 “내 타격이 이런데 팀 성적까지 안 좋았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그동안 (유)한준이 형과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 이제는 내 차례가 아닌가 싶다. 해줘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이제라도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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