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냐, 남성호르몬 수치 관계없이 육상 800m 달린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4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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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끝날 때까지 IAAF의 남성 호르몬 규정 적용 안 돼"
세메냐, 테스토스테론 낮추는 않고 세계선수권 참가 가능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가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조절하지 않고도 2019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종목인 800m에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4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법원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수치를 낮춰야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남성 호르몬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라”고 지시했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적어도 IAAF가 스위스 연방법원의 주장을 반박해 당장 남성 호르몬 규정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기 전까지 해당 규정은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는다. IAAF는 이달 25일까지 스위스 연방법원에 회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IAAF가 스위스 연방법원의 이번 결정을 뒤집지 못하면 세메냐의 항소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IAAF의 남성 호르몬 규정 시행이 유예된다”며 “재판에는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 세메냐가 약물 등으로 남성 호르몬을 낮추는 일 없이 IAAF 다이아몬드리그와 올해 9~10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세메냐는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에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재판 결과에도 반영돼 내가 다시 한 번 자유롭게 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5월1일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청원을 기각하고 IAAF의 손을 들어줬다. CAS가 결론을 내린 직후 IAAF는 5월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IAAF는 이 규정을 여자 400m와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경기에 적용했다. 이 종목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 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들은 약물 투약 등을 통해 수치를 5n㏖/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나노는 10억 분의 1)로 낮춰야했다.

IAAF는 “매일 피임약을 먹거나 매달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막는 주사를 맞거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수술을 받아야한다”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자 800m 최강자인 세메냐는 약물 등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야만 자신의 주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세메냐는 2012년 런던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육상 여자 8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09년 베를린 대회, 2011년 대구 대회, 2017년 런던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여자 800m 3연패에 성공했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고, 남성은 7.7~29.4n㏖/L이다.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7~10n㏖/L 정도로 예상한다.

CAS가 결정을 내린 직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계속 육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던 세메냐는 “IAAF의 새로운 남성 호르몬 규정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스위스 연방법원은 세메냐에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당초 IAAF의 남성 호르몬 규정을 피해 7월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에서 열리는 IAAF 다이아몬드리그 프리폰타인 클래식 여자 3000m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세메냐도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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