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까지 번진 벤치클리어링의 진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2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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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상문 감독(왼쪽)-두산 김태형 감독.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 양상문 감독(왼쪽)-두산 김태형 감독.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O리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양 팀 감독 간 신경전으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2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전은 초반에 승부가 크게 기울었다. 롯데가 2-9로 뒤져 5연패의 위기에 빠진 8회말 2사 1·2루 때였다. 롯데 구승민의 2구째 시속 148㎞짜리 직구가 두산 1번타자 정수빈의 옆구리를 때렸다.

정수빈은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곧장 두산 트레이너와 권명철 수석코치가 달려나와 상태를 확인했다. 롯데에서도 공필성 수석코치가 타석으로 나왔다. 수석코치는 통상적으로 상대 선수가 몸에 공을 맞고 쓰러지면 부상 정도를 확인하며 미안함을 표시한다. 여기까지는 관행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산 김태형 감독까지 정수빈을 직접 살피러 나온 뒤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이 공 수석코치, 그리고 타석 가까이 다가와 서있던 구승민을 향해 무언가 말을 했고, 갑자기 권 수석코치가 김 감독과 공 수석코치 사이를 가로막았다. 공 수석코치가 어필을 했고, 김 감독도 맞서다 권 수석코치의 만류로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두산 정수빈이 사구를 맞은 것에 대해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두산 정수빈이 사구를 맞은 것에 대해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 순간 롯데 양상문 감독이 3루쪽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1루쪽 덕아웃을 향해 강하게 소리를 쳤다. 롯데 코치들이 거듭해서 말렸지만, 양 감독은 격하게 항의를 지속했다. 덕아웃으로 돌아갔던 김 감독이 이 소리를 듣고 다시 나오면서 양 팀 선수들 모두 홈플레이트 주위로 뛰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양 감독과 김 감독이 대치하는 모양새를 띠며 약 3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TV 화면상으로 양 감독이 상대 김 감독을 향해 ‘인마’라고 하는 입 모양도 잡혔다. 경기 후 양 감독은 몹시 격앙된 표정으로 “경기 중에 상대 선수를 왜 그런 말로 야단치나”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롯데 홍보팀은 “몸에 맞는 공에 고의성은 없었다. 양상문 감독은 상대 감독이 우리 팀 코치와 선수에게 한 발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항의를 했다”고 설명했고, 두산 홍보팀은 “정병곤에 이어 정수빈이 공에 맞자 순간적으로 김태형 감독이 고의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고, 구승민과 공필성 코치에게 ‘야구 잘하자’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김 감독이 공 코치에게 단순 욕설을 한 것은 맞다. 구승민과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에게는 “뭐하는 거냐”고 소리쳤다. 1967년생 동갑내기인 공 코치에게는 두산 홍보팀이 애초 밝혔던 ‘야구 좀 잘하라’는 뉘앙스보다는 강하게 감정을 표현했던 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과 공 코치는 경기 후 오해를 푼 것으로 밝혀졌다. 공 코치도 경기가 다 끝난 후 “김 감독과는 오해를 풀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더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이경호·강산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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