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사고 강승호, SK 최고징계 ‘임의탈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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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90경기 출장정지·제재금 1000만원 징계보다 수위 높아
강승호 잔여 연봉 교통사고 피해가족 지원에 활용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내야수 강승호(25)에 구단 차원 최고 징계인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SK는 25일 오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구단에 보고하지 않은 강승호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와 별도로 구단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결정했다”며 “KBO에 26일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KBO 상벌위원회가 내린 징계보다 높은 수위다.

KBO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KBO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강승호에 대해 심의한 결과 90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상벌위원회는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의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 접촉 사고의 경우 출장정지 90경기,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다만 강승호가 사고 발생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지 않은 채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한 점을 고려해 제재금을 1000만원으로 가중해 부과했다.

하지만 SK는 구단의 첫 음주운전 적발 사례인 만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강경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SK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구단 차원의 최고 징계 수위인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임의탈퇴 선수는 공시된 날부터 선수단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임의탈퇴 선수 신분이 되면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도 없다. 구단이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한 뒤 승인을 받아야 KBO리그로 되돌아 올 수 있다.

KBO 총재가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한 날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해제를 신청할 수 있어 강승호는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

SK는 임의탈퇴로 인해 지급이 정지되는 강승호의 올 시즌 잔여 연봉을 교통사고 피해가족 지원에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유관 기관의 협조를 통해 지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KBO가 부과한 봉사활동도 유소년 지도 같은 것이 아니라 최대한 교통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SK는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1년이 지난 뒤에도 선수가 얼마나 깊이 반성하고, 진정성 있게 음주운전 예방 활동을 했는지 살펴보겠다.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그 때 임의탈퇴 해제를 협의해 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손차훈 SK 단장은 “복귀라는 말 조차도 거론해서는 안되는 시점”이라고 못을 박으며 “1년이 지난 시점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강승호는 22일 오전 2시30분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 부근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현장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강승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의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다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강승호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출전해왔다.

강승호는 음주운전 사고 사실을 2군 코치진이나 구단 관계자에게 숨긴 채 23일 경북 경산으로 이동, 삼성 라이온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SK 구단은 해당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매체의 취재 직후인 전날 오후 7시20분께 이 사실을 파악했다. SK 구단은 곧바로 강승호에 음주운전 사고 사실을 물었고, 강승호는 그제서야 사건에 대해 실토했다. 25일 1군 엔트리에 등재될 예정이었던 강승호는 경산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치고 대구로 이동해 있던 상태였다.

강승호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 염경엽 SK 감독은 전날 경기를 앞두고 “강승호를 25일 1군에 불러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숱하게 일어났지만, SK는 사건·사고가 없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건이 수 차례 벌어졌지만 SK에서는 한 번도 해당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가 없었다. 강승호가 첫 사례다. 이에 야구 팬들 사이에 SK가 ‘클린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SK 구단은 ‘클린 구단’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선수단 일탈 방지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혹여 사건·사고가 있을 경우 곧바로 구단에 신고하라는 당부도 수 차례 했다.

특히 지난 14일 이상윤 상명대 농구부 감독을 초청해 퓨처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프로 선수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시 퓨처스 선수단에 합류해있던 강승호도 이 특강을 들었다. 사건 직전인 21일에도 2군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행동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럼에도 강승호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구단에 숨겨 SK 구단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손 단장은 “팬들이 SK를 ‘클린 구단’이라고 불러주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다.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구단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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