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물이 새던 벤투호, 복병 앞에서 결국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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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6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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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에 0-1 패해 4강 진출 좌절

카타르와의 8강전은 고비였다. 대표팀이 조별리그와 16강에서 만났던 상대들보다 확연히 전력에서 앞선 팀이었다. 4경기 11골 무실점. 우승 레이스 판도를 어지럽히는 ‘검은말’이었다. 이번 대회 상승세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때 한국을 3-2로 꺾는 등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적은 강한데 ‘우리’는 흔들렸다.

조별리그를 마친 직후 내부에서 잡음이 흘러나왔고 외부에서는 배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 무렵 팀의 기둥과 다름없던 기성용이 부상으로 대회에서 중도하차하는 큰 악재가 겹쳤다. 분위기 반전의 발판으로 기대했던 바레인과의 16강전은 연장혈투 끝 신승(2-1)으로 끝나며 불안이 가중됐다. 그 다음 상대가 하필 대회 최대 다크호스 카타르였으니 분명 고비였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는 벤투호의 항해가 8강이라는 지점에서 멈출 수 있다는 진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이 고비만 넘으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가도 들렸으나 안팎으로 걱정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배, 4강행이 좌절됐다.

한국도 카타르도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포메이션은 4-2-3-1로 이전 경기들과 동일했으나 공격형MF로 나서던 손흥민이 측면으로 이동하고 손흥민이 뛰던 곳에 황인범이, 황인범이 맡던 수비형MF에는 주세종이 선발로 나섰다.

카타르는 전형을 바꿨다. 주로 4백을 들고 나왔던 카타르는 스리백으로 후방을 수정, 일단 수비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은 에이스를 자유롭게, 카타르는 일단 지키는 것이 포인트로 보였다.

앞선 4경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던 카타르는 기본 스리백에 좌우 윙백들까지 내려앉은 5백으로 더더욱 견고한 수비벽을 쌓았다. 한국이 이 틈을 벌리기 위해 노력했고, 카타르는 한국의 전개를 끊어냈을 때 빠른 역습을 호시탐탐 엿봤다.

경기 내용보다는 무조건 결과가 중요한 토너먼트였기에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상대의 전력도 겸손하게 인정했다. 일찌감치 수세적 자세를 취한 카타르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도 무리한 시도는 자제했다. 한국이 공 소유권을 오래 쥐고 있었을 뿐, 한국도 다른 형태로 수비적이었다. 이 무거운 공기가 전반전 내내 필드를 지배했다. 0-0. 서로 제대로 된 슈팅 찬스도 없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변화의 양상이 감지됐다. 카타르가 공격 쪽의 비중을 높였고 한국도 나름 과감한 패스와 드리블을 시도했다.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전반과는 기류가 달랐다. 그 공기는, 카타르 쪽에서 더 뜨거웠다. 카타르의 공격은 한국 박스 근처까지 들어와 위협적인 그림을 만들었으나 한국은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는 일이 적잖았다.

후반 31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진수가 시도한 절묘한 왼발 킥이 카타르의 골포스트를 때렸다. 불길한 복선이었는데, 2분 뒤 한국 쪽 실점이 나왔다.

후반 33분 카타르의 역습에서 압델 아지즈 하템의 선제골이 나왔다. 다소 먼 거리였고 앞에 수비수들이 있던 상황이었지만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김승규 골키퍼의 손을 피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불과 2분 뒤 한국이 만회골을 넣으며 기사회생하는가 싶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맥이 더 빠졌다.

벤투 감독은 실점 후 지동원과 이승우 등 공격수 카드를 연달아 투입했고 후반 40분에는 센터백 김민재를 전방으로 올리는 승부수도 던졌다. 하지만 끝내 반전은 없었다. 추가시간 4분이 다 지나도록 한국의 득점은 없었고 결국 0-1로 패하며 벤투호의 항해는 멈췄다.

아무 것도 못한 채 패한 경기가 됐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실점 후 가했던 도전적인 움직임을 먼저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밀려든 내용이었다. 59년 만에 정상 탈환을 외치며 시작한 대회는 8강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조별리그부터 조금씩 물이 새던 배가 결국 복병 앞에서 가라앉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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