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신인왕’ 강백호가 말하는 ‘어메이징2018·웰컴 2019’

스포츠동아 입력 2018-11-30 05:30수정 2018-11-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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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신드롬’이었다. ‘루키’ 강백호(19·KT 위즈)는 첫 걸음부터 남달랐다. 2018 프로야구 개막전 첫 타석에서 지난해 20승 투수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시작만큼 마무리도 인상 깊었다. 강백호는 13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으로 KT가 창단 첫 9위를 기록하는 데 앞장섰다. 1994년 김재현(21홈런)이 세운 고졸신인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섰고, 고졸신인 첫 3연타석 홈런 등 ‘임팩트’도 강렬했다. KBO 신인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야구선수들에게 겨울은 충전의 계절이다. 하지만 강백호는 오히려 정규시즌 때보다 몇 배더 바쁘다. 매일 수원 KT위즈파크로 출근해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벌크업’에 매진 중이다. 29일 KT위즈파크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친 직후였다.

올겨울 벌크업을 시도하는 KT 위즈 강백호는 매일 아침 계란프라이 두 개와 베이컨, 치즈를 먹는다. 사진제공|강백호

● JP의 특명, 체지방을 줄여라!

“힘들어요.” 그가 건넨 첫 마디는 투정이었다. ‘지풍매직’ 이지풍 코치는 강백호에게 체지방 감량을 지시했다. 물론 입단을 앞둔 지난해에도 이지풍 코치와 함께 프로의 몸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식단 조절도 함께 진행 중이다.

“빨리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식단조절이 생각보다 힘들다. 매일 아침 계란프라이 두 개와 베이컨, 치즈 약간씩만 먹는다. 점심은 닭가슴살 한 덩어리, 저녁은 고기와 상추다. ‘JP(KT 선수들이 지어준 이지풍 코치의 별명)’가 짜준 식단이다. 올해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하도록 몸을 만들어준 사람이 이지풍 코치님이다. 믿고 간다. 한결 날렵해진 모습으로 2019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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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에게 2018년은 성공도, 실패도 많았던 한 해였다. 직접 부딪혀본 프로무대는 기량보다 관리가 더 중요했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성적은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시즌 초 찾아왔던 실패에서 배웠다.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도 모르게 혼신의 힘을 다하며 오버페이스를 했다. 그러면서 방전이 됐다. 내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의 다짐이다.

KT 위즈 강백호는 프로 데뷔 첫 해 팀의 간판타자가 됐다. “팬들이 있어야 야구가, 내가 있다”는 그는 안주 대신 또 한 번의 변신을 택하며 추운 겨울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년차, 징크스 대신 원숙함을 위하여

아마추어 때부터 승승장구해온 강백호에게 꼴찌 경쟁은 낯선 단어였다. 9위를 사수하던 KT는 시즌 막판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NC 다이노스와 탈꼴찌 전쟁을 펼쳤고 최종전에서야 힘겹게 9위를 확정했다. 강백호는 “남들은 ‘9위나 10위나 뭐가 그렇게 다른가’, ‘9위 확정 지은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처럼 좋아한다’고 비꼴 수 있다. 하지만 KT 창단 후 처음 꼴찌에서 벗어난 것이다. 정말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타율 0.290, 29홈런. 이 자체로도 준수했지만 3할·30홈런에 모두 조금씩 부족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아쉽냐’고 묻자 강백호는 타율을 택했다. “지금 타수에서 타율 1푼을 끌어올리려면 안타 8~9개는 더 쳐야 했다. 그게 전부 단타라고 해도 팀이 득점할, 승리할 확률이 올라갔을 것이다. 홈런 하나보다는 그게 훨씬 더 값지다”는 것이 강백호가 3할 타율 실패를 더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투수에서 좌익수로 변신에 성공한 강백호는 2019년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강철 KT 신임감독은 강백호를 우익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타순 역시 중심타선을 고민 중이다. 강백호의 목표도 자연히 이러한 변화에 맞춰 100타점으로 조정됐다. ‘2년차’라는 단어는 강백호에게 ‘징크스’보다 ‘성숙함’으로 다가온다.

“2년차 징크스는 만들어진 단어다. 내년에 잘하고 내후년에 못한다면 3년차 징크스가 되는 건가? 부진에 대한 책임은 내 몫이지, 2년차는 죄가 없다. 올해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될 뿐이다. 올해보다 클러치 상황을 더 많이 접할 텐데, 많은 점수를 내 우리 투수진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 1년 만에 간판이 된 강백호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했던 강백호는 프로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그대로였다. 서울고 재학생 때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강백호다. 프로에서도 지금의 기량을 몇 년 더 유지한다면 조금 더 큰 무대를 바라볼 수도 있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강백호는 “KBO리그에 나보다 좋은 선배타자들이 정말 많다. 아직 해보지 못한 기록이 수두룩하다. 조금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조금 더 많은 사랑을 받은 뒤에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KT 팬들은 강백호를 보며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 야구선수로 성공도, 실패도, 말실수도 모두 경험해본 베테랑의 능숙함을 강백호에게 느끼기 때문이다. 유니폼 판매량 압도적 1위가 증명하듯 강백호는 이미 KT의 간판이 됐다.

“안타 153개를 기록했지만 1루에 나가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면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 팬들은 내 사소한 행동까지 좋아해주신다. 팬들이 있어야 야구가, 내가 있다. 사진이나 사인 요청을 외면하지 않는 이유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그렇게 배웠다. 나에게는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는 팬들은 하루를 투자하지 않나. 사인볼, 사진 한 장을 오래 간직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답해야 한다.”

프로 무대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지도 못한 채 잠시 뜨고 진다. 데뷔시즌의 활약은 아무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강백호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안주하는 대신 또 한 번의 변신을 택한 이유다. 2년차는 강백호에게 징크스가 될 수도, 원숙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 한 번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백호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까. 스타가 필요한 KBO리그는 강백호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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