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 상대와의 싸움?’ 올여름 야구는 폭염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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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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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그라운드 위에서 3시간 이상 뛴다는 것은 고역이다. 사회인야구에선 경기 도중 종종 선수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투수가 한여름에 완투를 하면 체중 3~4㎏는 빠진다. 무더위에는 휴식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휴식과 에너지 섭취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날씨다. 덕아웃에 초대형 코끼리 에어컨을 설치한다지만 임시방편 축에도 들지 못한다. 자신과의 싸움, 상대와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폭염을 이겨내는 것이 급선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극한의 더위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알아봤다.

● ‘장비만 3㎏’ 포수와 ‘숱한 슬라이딩’ 대주자는 땀과 싸운다

프로텍터, 헬멧 등 장비 무게만 3㎏에 달하는 포수들은 더위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무섭다. 롯데 자이언츠 안중열은 “한 경기를 소화하면 체중이 2~3㎏ 빠진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빠져 나간다. 오히려 경기보다 훈련 시간이 더 덥기 때문에 힘들다”고 밝혔다. 안중열은 매 경기 언더셔츠 3~4벌을 구비해둔다. 경기 중간 틈나는 대로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냄새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 위즈 안방마님 이해창 역시 “올해가 역대급 더위라지만 매년 여름은 힘들다. 원래 땀이 많은 편이다. 특히 심한 날에는 팬티에서 새어나온 땀이 유니폼 하의까지 적신다”고 토로했다.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그는 “나름의 징크스가 있다. 팀이 실점하지 않고, 투수들이 호투하면 땀이 나더라도 의식적으로 언더셔츠를 갈아입지 않는다. 팀이 좋은 리듬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매 경기에 앞서 프로텍터 등 보호장구를 햇볕에 말려둔다. 그래야만 위생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무더위 탓에 또 하나의 일과가 생긴 셈이다.

대주자들은 한 경기에 한 번 출장도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번 투입되면 누구보다 그라운드에 몸을 자주 던진다. 큰 폭의 리드를 취하면 투수들의 견제가 날아온다. 많게는 한 번에 10개 이상의 견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롯데 나경민은 “선발로 나서는 형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할 것이다. 그러나 대주자로 나서면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다. 많게는 열 번 이상의 견제가 들어오는데 매번 슬라이딩으로 귀루한다. 대주자로 한 번 나가도 언더셔츠를 반드시 갈아입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선수들이 얼음팩을 머리에 쓰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지난 22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선수들이 얼음팩을 머리에 쓰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보양식에서 영양제로, 건강식품도 진화 한다

잘 쉬는 것만큼 먹거리도 중요하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민물장어 마니아로 소문이 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은 “무더위에는 단골 냉면집에서 먹는 곱빼기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선수들의 건강 보조식품은 주로 뱀탕, 흑염소 등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타민, 아미노산 등 영양제가 주를 이룬다. 이재원은 “보양식이나 한약은 도핑테스트에서 걸릴 위험이 있다. 아내가 해주는 집밥이 보약”이라고 자랑하며 웃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안중열은 비타민과 마그네슘, 아미노산 등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섭렵한다.

경기 내내 단상 위에서 격한 동작으로 팬들의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 역시 ‘역대급 폭염’에 몸서리 치고 있다. KT 김주일 응원단장은 “팬들이 유달리 힘들어하는 것이 단상 위에서 보인다. 오후 7시가 되면 그나마 선선해진다. 그 전까지는 방방 뛰거나 어깨동무하는 격한 응원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도핑 문제로 팬들이 주는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지만 응원단은 다르다. 김 단장은 “사실 나보다 군무를 춰야 하는 치어리더들이 더 힘들다. 무대용 화장을 하고 있어 땀을 닦기도 쉽지 않다”며 “팬들께서 아이스박스에 음료 챙겨주시는데 그게 큰 힘이 된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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