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맨’ 손준호가 친정팀 포항에 비수 꽂던 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9일 05시 30분


전북현대 손준호(왼쪽 두번째)가 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포항스틸러스와의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박수를 치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손준호(왼쪽 두번째)가 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포항스틸러스와의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박수를 치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는 지난 시즌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중심에는 포항 공격수 양동현(32·세레소 오사카)과 전북 수비수 조성환(36)이 있었다. K리그1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8월 양동현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성환의 경기 장면과 함께 그의 거친 수비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미 2016시즌 도중 둘은 몸싸움을 펼치다가 주먹다짐을 벌인 터라 당시 장외 설전은 K리그1에서 적지 않은 앙금을 낳았다.

양동현의 J리그행으로 잠잠해질 뻔했던 포항과 전북의 신경전은 그러나 올 시즌에도 그대로 유효했다. 포항 살림꾼으로 불리던 손준호(25)의 전북 이적이 발단이 됐다.

손준호는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공고, 영남대를 거쳐 2014년 포항 유니폼을 입은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지난해 14어시스트로 K리그1 도움왕에 오르는 등 포항의 공격 전체를 조율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손준호는 전북으로 방향을 틀었고 정든 친정을 떠나게 됐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8일, 손준호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포항스틸야드를 다시 찾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맞대결. 둥근 공은 역시나 냉정했다. 친정팀을 적으로 만난 손준호가 뼈아픈 비수를 꽂았다. 후반 21분 손준호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승기(30)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동국(39)이 골로 마무리 지었다. 선제골을 곁에서 도운 손준호는 다시 한 번 비수를 날렸다. 후반 31분 이용(32)의 패스를 날카로운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포항 골망을 갈랐다.

전북 손준호.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손준호.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팀의 득점 모두를 책임진 손준호는 그러나 감정 표현을 최대한 절제했다. 친정팬들에게 예의를 갖추겠다는 자세가 엿보였다. 그리고는 모든 승부가 끝난 뒤 최순호(56) 감독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겸손한 자세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했고, 최 감독은 “수고했다. 첫 골을 축하한다”고 말하며 제자의 등을 토닥였다. 손준호는 이어 포항 응원석 앞으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포항 출신 선수들에게 두 골을 내주며 허탈해하던 포항팬들은 그제야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손준호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5개월 만에 포항스틸야드를 찾았다.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기분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제 전북 선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골을 통해 전북이란 팀에 조금 더 녹아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호 감독님은 제가 부상으로 힘들 때도 늘 챙겨주셨던 분이다. 포항팬들 역시 저를 항상 응원해주셨다.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곳을 찾게 되면 같은 자세를 취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울산 현대-강원FC전에서는 울산이 3-1로 승리했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는 득점없이 비겼다.

포항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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