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아빠, 다음엔 꼭 ‘갤러리 그랜드슬램’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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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 8차 연장 끝 준우승에도 승자 린드베리 축하-가족 위로
세계 3위 오르고 시즌 상금 1위


박인비 린드베리 경기 후 포옹<LPGA 제공>
박인비 린드베리 경기 후 포옹<LPGA 제공>

박인비(30)는 10m 가까운 거리의 퍼팅이 컵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이 아닌 귀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번홀(파4) 그린 주변에 있던 1500명의 갤러리가 일제히 함성을 보냈다. 8차 연장전에서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가 9.1m 버디 퍼팅에 성공했을 때였다. 박인비는 상대 선수의 극적인 버디에 하늘의 뜻은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5m 넘는 거리의 퍼팅 성공률은 5% 미만이다.

버디 퍼팅이 컵 왼쪽으로 벗어난 뒤 박인비는 1박 2일 연장 승부를 벌인 린드베리를 포옹하며 축하했다. “린드베리가 넣은 마지막 퍼트는 진정한 챔피언 퍼트였다”고 말한 박인비에 대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홈페이지는 “위대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C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박인비는 준우승을 차지한 뒤 자택이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다. 그는 속이 쓰렸을 텐데도 자신을 응원 온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을 오히려 위로했다. 대회에 앞서 박인비는 “아버지에게 ‘갤러리 그랜드슬램’을 선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버지 박건규 씨는 그동안 이 대회를 빼고 나머지 메이저 대회에서 딸이 우승하는 장면을 갤러리로 현장에서 지켜봤었다. 박 씨는 “인비가 힘들었을 텐데도 ‘아빠 다음엔 꼭 약속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번 준우승으로 박인비는 세계 랭킹 9위에서 3위로 점프했다. LPGA투어 상금(48만221 달러) 랭킹은 1위가 됐다. 준우승 상금은 3차 연장에서 탈락한 제니퍼 송과 박인비가 똑같이 22만3635달러다.

세계 랭킹은 박인비가 2연패를 노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출전의 기준이 된다. 올림픽 개막 전 2년 동안 성적에 따른 랭킹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주춤했던 박인비는 올여름 본격적인 올림픽 출전 경쟁 레이스를 앞두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린드베리 가족 입수<LPGA 제공>
린드베리 가족 입수<LPGA 제공>

린드베리는 2010년 LPGA 데뷔 후 193번째, 유럽투어 등을 포함하면 250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슬로 플레이 논란에 휩싸였지만 2∼3m 거리의 까다로운 파 퍼팅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최후의 승자가 된 승부사 기질만큼은 압권이었다. 린드베리는 대회 전통에 따라 부모님, 약혼자인 캐디와 18번홀 그린 옆 ‘포피 폰드’라는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박인비#페르닐라 린드베리#미국여자프로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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