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뚫고… ‘야구의 봄’이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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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이틀간 18만명 넘는 관중
김광현 5이닝 6K 무실점, 567일 만에 선발 승리 포효
양현종도 7이닝 1실점 쾌투

뿌연 미세먼지에도 팬들의 야구에 대한 갈망은 확연했다. 2018시즌 KBO리그가 개막한 24, 25일 이틀 동안 전국 5개 구장에 18만407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때 1루 측 관중석이 꽉 찬 모습.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뿌연 미세먼지에도 팬들의 야구에 대한 갈망은 확연했다. 2018시즌 KBO리그가 개막한 24, 25일 이틀 동안 전국 5개 구장에 18만407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때 1루 측 관중석이 꽉 찬 모습.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겨울에 빼앗겼던 그라운드에도 봄은 왔다. 미세먼지 경보도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24일 지난해 챔피언 KIA가 등장한 광주를 시작으로 고척(1만5055명)을 제외한 잠실, 문학, 마산구장이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개막일 관중 역대 2위(9만6555명)를 찍은 가운데 25일에도 광주, 마산구장이 매진을 기록하며 총 8만7515명이 야구장에 몰렸다. 두산 팬으로 유명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역시 주말 내내 잠실을 지켰다.

특히 25일 서울과 경기의 일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m³당 1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넘었다. 전국이 ‘매우 나쁨’ 또는 ‘나쁨’을 기록한 것이다. 인천은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181μg이 넘었다. 선수들 일부는 마스크를 끼고 배팅 연습을 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서울 잠실구장 외야 뒤편에 선명하게 보였던 고층빌딩의 간판도 뿌연 먼지에 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팬들은 미세먼지의 공습 속에서도 야구장으로 향했고 선수들의 활약에 환호를 보냈다.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선수들도 화끈하게 보답했다. kt 신인 강백호(19)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날려 2018시즌 개막 첫 홈런포의 주인이 됐다. 고졸 루키가 개막전 1호 홈런을 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첫 ‘사건’이었다.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NC 개막전 선발투수 왕웨이중(26)은 훤칠한 외모에 한 번, 시속 152km 강속구에 또 한 번 한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5일에는 팔꿈치 수술로 지난 시즌 내내 볼 수 없었던 김광현(30·SK)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복귀해 2016시즌 마지막 선발승 이후 567일 만에 선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5이닝을 공 78개로 책임지는 무실점 피칭으로 5-0 완승을 주도한 김광현은 한층 더 강력해진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로 삼진 6개를 가뿐히 잡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2km를 찍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던 KIA의 에이스 양현종(30) 역시 7이닝 1실점 짠물 피칭으로 14-1 대승을 이끌며 복귀한 김광현과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24일 새파란 신인 강백호에게 개막 첫 홈런, 로하스(28)에게 개막 첫 연타석 홈런을 내주며 4-5로 무너졌던 KIA는 25일 이범호(37)의 멀티 홈런, 지명타자 나지완(33)부터 최원준(21)의 대타 홈런까지 홈런으로만 9점을 뽑아내며 14-1로 대승을 거두고 설욕을 제대로 했다. 개막전 역전패로 개막전 최다 연패(8연패) 타이기록을 세운 한화는 25일 새 외국인 투수 휠러의 7이닝 1실점 호투로 4-1 승리를 거두며 한숨 돌렸다.

한편 겨우내 평창에서 활약했던 평창 겨울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프로야구 응원에 발 벗고 나섰다. 잠실에서 열린 삼성-두산 개막 2연전에는 빙속 여제 이상화와 스피드스케이팅 샛별 김민석이 차례로 시구자로 나섰고, 25일엔 쇼트트랙 김아랑, 심석희가 각각 KIA와 넥센 시구자로 광주와 고척 마운드를 밟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개막#kt 신인 강백호#김광현#양현종#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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