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리시브·FA…전광인의 험난했던 17-18시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6일 05시 30분


한국전력 전광인.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 전광인. 스포츠동아DB
되돌아보면 ‘에이스’란 칭호가 유독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 시간이었다. 봄배구가 무산된 한국전력의 젊은 주장 전광인(27)의 이야기다.

전광인에게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제일 힘들었던 시즌”이다. 부상 악재가 몰아쳤던 팀 사정상 전광인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까닭이다. 특히 공격과 수비를 두루 맡아온 서재덕의 부재는 전광인에게 뼈아팠다. 서재덕을 대신해 리시브 라인에 가세해야 하는데다 본인을 적극 지원해줄 득점 옵션까지 줄어서다. 더구나 코트 안에서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도 사라졌다. 치명적인 3연타였다.

익숙하지 않은 리시브는 제일 큰 골칫거리였다. 전광인은 올 시즌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757개의 리시브를 책임지며 지난 시즌 동일 기간 기록한 462개와 비교해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예기치 못한 변화에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전광인은 “리시브를 하고 공격을 하니 내 템포가 많이 깨지더라. 시즌 전에 연습을 좀 했더라면 나았을텐데, 갑자기 하려니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서재덕에겐 “괜찮다. 여유 있게 재활하고 돌아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으론 “리시브를 하면서 공격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시즌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랜 시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해 왔지만, 정신적인 부담도 유독 컸다. 주장이자 해결사로서 경기에 나서는 백업과 신인 선수들을 전부 이끌어 나가야했다. 그는 “처음 호흡을 맞춘 선수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내게 의지하는 만큼 믿음을 줘야한다는 부담감이 올 시즌엔 특히 크게 느껴졌다. 정말 힘들 때는 ‘주장이란 것도 괜히 했나’ 싶었다”며 “내가 좀 더 잘해서 더 많이 이겼어야 했는데…”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이렇게 전광인은 더욱 단단해졌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격을 얻는 전광인은 여느 선수들이 그렇듯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즌을 마친 뒤 생각할 부분”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3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매 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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