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다시 한번 ‘정현 드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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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vs 페더러 오늘 4강전]오후 5시 30분 페더러와 맞대결
시민들 “지금처럼 정현 가즈아” 한쪽선 “그래도 페더러인데…”

정현과 로저 페더러의 26일 호주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전을 앞두고 17년 동안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해 온 직장인 김모 씨(35)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의 우상이 페더러이다 보니 이날 누구를 응원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페더러가 4개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던 프랑스오픈 결승에 올랐을 때다. 당시 김 씨는 이메일로 “당신이 꼭 그랜드슬램(메이저 대회 전부 석권)을 달성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팬레터를 보냈다. 답변은 없었지만 우상 페더러에게 힘을 보탰다는 생각에 그날 김 씨는 밤잠을 못 이뤘다.

김 씨는 “2006년 한국에서 페더러의 이벤트 경기가 열렸을 때도 경기장을 찾아가 그를 응원했다”며 “매 경기 만화 같은 명장면을 보여주고 서브나 포핸드 공격 등을 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그런 페더러를 준결승에서 상대하며 그동안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던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높여준 정현이 대견하기만 하다.

페더러와 정현의 맞대결에 국내 테니스 동호회가 들썩이고 있다. 대다수는 페더러 같은 세계적인 스타와 한국 선수가 자웅을 겨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드러낸다. 서울테니스회의 김용득 회장(62)은 “우리가 보기에도 정현의 포핸드와 서브가 정말 좋아진 게 눈에 띈다”며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국내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 선수가 연이어 ‘통쾌한 한 방’을 보여주고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박남희 씨(58·여)는 “7년 동안 동호회 활동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고글 대신 정현이 쓰는 고글로 바꾸려 한다”며 “매 경기 ‘정현 가즈아∼!’ 등을 외치며 회원들이 정현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로 치면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을 때의 기쁨과 같다는 게 박 씨의 설명. 그는 “사실 페더러가 무결점 선수이다 보니 그의 승리를 점치는 회원이 전체 23명 중에 3분의 2가 넘는다”며 “다만 정현이 페더러와 만나게 되면서 지금처럼 테니스가 주목받았던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동호인들은 정현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정현#테니스#4강#패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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