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비수를 품고’ 전 소속팀 떨게 만들 이적생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2일 05시 30분


KIA 정성훈-kt 니퍼트-두산 린드블럼(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kt wiz
KIA 정성훈-kt 니퍼트-두산 린드블럼(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kt wiz
‘프로’라는 무대는 유독 만남과 이별의 공식이 잔인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구단과 선수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인연을 맺고, 상호조건이 맞지 않으면 헤어진다. 계약서는 감성적인 면보다 다분히 이성적인 면이 강조되는 종이조각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는 만남과 이별의 폭풍이 몰아쳤다. 국내·외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2차 드래프트 등 여러 형태를 통해 소속팀을 바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독 이전 소속팀과 앙금이 남게 된 선수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다른 리그가 아닌 KBO리그에서 계속 이전 소속팀을 상대한다. 새로운 동기부여로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들은 2018년에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KIA 정성훈.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정성훈.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친정복귀’ 정성훈, 노장은 살아 있을까?

‘베테랑’ 정성훈(38)에게 이번 스토브리그는 프로인생에 있어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이전 소속팀 LG로부터 충격의 방출 소식을 들은 뒤 우여곡절 끝에 친정팀 KIA와 1년 계약을 맺었다. 그의 2018년 연봉은 1억 원이다. 2017년 연봉이 3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폭삭감’된 결과다. 충격적인 금액에도 그가 도장을 찍은 이유는 명확하다. 아직까지 본인의 야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정성훈이 프로데뷔 후 가장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 곳은 LG였다. 수많은 기록을 만들며 지난해까지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구단의 ‘리빌딩’ 방침에 따라 전력 외로 분류됐다. 예고 없이 진행된 방출에 그도, 팬들도 당황했다. 그러나 야구를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친정팀이 내민 손을 붙잡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kt 니퍼트. 사진제공|kt wiz
kt 니퍼트. 사진제공|kt wiz

● ‘장수 외국인’ 니퍼트, 마법사의 힘으로 재도약?

더스틴 니퍼트(37)는 KBO리그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오랫동안 활약을 펼친 선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에서만 7년을 뛴 그는 이제 2018년부터 kt 유니폼을 새롭게 입는다.

니퍼트는 2017년에 14승(8패)을 거두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으나 후반기 들어 보인 구위 하락으로 인해 이전 소속팀 두산과 원활한 협상을 가져가지 못했다. 두산은 롯데와 협상이 틀어지면서 새롭게 시장에 나온 조쉬 린드블럼(31)과 계약했고, 니퍼트에게 이별을 고했다.

니퍼트는 한 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겠다”며 두산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었지만 박수치며 떠나는 이별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마법사 군단 소속으로 적이 된 곰 군단을 상대하는 입장, 동기부여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하다.

두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두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 ‘계약 설전’ 린드블럼, 사직을 원정으로 가는 길

린드블럼의 두산 이적은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이전 소속팀 롯데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여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롯데와의 갈등 골은 더욱 더 깊어졌다.

그는 두산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며 이제 사직구장을 원정팀의 일원으로 가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불과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사직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가 앙금이 남은 롯데를 상대로 어떤 투구를 할 지 큰 관심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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