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광’ 정운찬 前총리, KBO 수장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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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새 총재로 만장일치 추천
경기중 선수 활동… 소문난 두산 팬
총장땐 “퇴임하면 총재 해보고 싶다”
4년전엔 ‘야구예찬’ 책 펴내기도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로 추천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는 두산 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사진은 서울대 총장 시절 서울잠실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고 있는 정 전총장의 모습. 동아일보DB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로 추천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는 두산 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사진은 서울대 총장 시절 서울잠실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고 있는 정 전총장의 모습. 동아일보DB
“서울대 총장을 그만두고 나면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해보고 싶다.”

서울대 총장 시절 정운찬 전 국무총리(70)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했었다. 메이저리그 7대 커미셔너 바틀릿 지어마티가 예일대 총장 출신이라는 일화를 전하면서다.

대학 총장 시절부터 ‘야구광’임을 숨기지 않았던 정 전 총리의 오랜 꿈이 이뤄졌다. KBO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구본능 총재의 후임이자 제22대 KBO 총재로 정 전 총리를 구단주 모임인 총회에 추천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서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제40대 국무총리(2009년 9월∼2010년 8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정 전 총리는 현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팀 구단주들 중 후임 총재를 물색했던 구 총재는 구단주들이 총재 자리를 고사하자 야구에 애정이 있는 외부 인사로 후보를 확대했고 총재직 제안에 “관심이 없진 않다”고 에둘러 애정을 표시한 정 전 총리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이날 도쿄대 총장 자문위원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뒤 막 귀국한 정 전 총리는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정식 임명된 게 아니라 이번 결정과 관련해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추후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소감을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어마티 총장 일화를 다시 꺼내자 정 전 총리는 “그 총장께서 커미셔너 되고 금방 돌아가셨다”며 프로야구 커미셔너라는 직함이 갖는 무게감을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KBO 총회 의결을 거쳐 총재로 최종 선임된다.

정 전 총리의 야구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야구’를 시작했던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경기중 시절 야구부 선수로 뛴 그는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전이 아니라 운동장에 물 뿌리는 주전자(후보) 선수였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컬럼비아대 교수 면접을 볼 때 해박한 메이저리그 지식 덕에 수월하게 면접을 치렀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그가 총장 재임 시절부터 시작된 서울대와 도쿄대 야구부의 교류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OB(현 두산)의 원년 팬인 그가 결혼식 주례를 서준 두산 선수들도 여럿이다. 야구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 2013년 ‘야구예찬’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정운찬#야구예찬#kbo 수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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