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의 어느 멋진 날, “10R 신인도 FA가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9일 05시 30분


롯데 문규현. 스포츠동아DB
롯데 문규현. 스포츠동아DB
롯데 내야수 문규현(34)이 2017년 프리에이전트(FA) 1호로 계약했다. 롯데는 FA 계약이 가능한 첫날인 8일 ‘문규현과 2+1년, 총액 10억원에 잔류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시점에서 알 수 있듯, 양 측의 교감이 깊었다. 사실상 롯데 구단의 묵인 아래, 문규현의 FA 신청이 이뤄졌다. 2차 드래프트를 대비한 포석도 없진 않았을 터다.

계약기간과 계약조건에서 양 측은 별 이견이 없었다. 롯데는 2018~2019시즌까지 2년 보장계약 이후, 2020시즌 계약에 관한 잔류 옵션을 갖는다. 문규현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낼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문규현도 총액 외에 별도옵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부여에 치중한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문규현은 2002년 2차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딱히 없었지만 2017시즌까지 살아남았다. 꽤 긴 무명시절을 거쳐 2010시즌부터 롯데 1군 전력으로 올라섰다.

그렇게 863경기를 뛰었다. 통산 타율이 0.247이었고, 20홈런이 전부였지만 유격수와 3루수로서 내실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2015시즌부터 최근 3년간 100경기 이상 뛰었다.

문규현은 “롯데에 들어올 때 (꼴찌인) 10라운드로 뽑힌 선수였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오늘 만큼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너무 많은 전화를 받고 있는데 롯데 구단에, 그리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이미 16년 동안 롯데에서만 뛰었던 문규현은 사실상 롯데의 ‘원 팀 플레이어’를 굳히게 됐다. 가늘고 길게 프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선수가 재능의 축복에 둘러싸이지 않아도, 성실함만으로 FA까지 이를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인간승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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