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아버지처럼 日 격파 선봉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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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앞두고 16일 일본과 개막전 승리 다짐
부친 이종범 주루코치와 호흡 “이번에 노하우 확실히 배울것”

야구 천재로 불렸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47)에게 일본 야구는 충격이자 벽이었다.

건국대 3학년 때인 1991년 그는 한일 슈퍼게임을 보고 처음으로 “이런 야구도 있구나” 하며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마구 같은 포크볼과 절묘한 제구가 계속 머리를 맴돌아 한동안 심적 혼란도 왔다. 그래서 국내 프로에서 온갖 기록을 다 세웠지만 늘 마음은 일본 야구를 넘는 데 가 있었고, 스스로 최고라는 말도 아꼈다.

해태(현 KIA) 시절인 1995년 일본 선수들과 처음 만난 한일 슈퍼게임에서 시즌 때 당한 부상에도 몸을 날린 것이나 1998년 일본프로야구(주니치)로 건너가 ‘무사’처럼 칼을 뽑은 것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결정하는 한일전에서 전성기의 배트 스피드가 아님에도 당시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후지카와 규지(한신)의 시속 148km 몸쪽 직구를 마치 들어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통타해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2타점 2루타를 쳐냈던 것도 일본 야구를 이겨내려는 그만의 집념과 집중력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당시 2루타 타구를 치고도 거침없이 3루까지 내달리며 날린 당시 36세 이종범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일본을 향한 자존심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감격적인 순간이 영영 없을 뻔했다.

이종범 야구 대표팀 주루 코치가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한일전에서 결승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뒤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종범 야구 대표팀 주루 코치가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한일전에서 결승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뒤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제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19·넥센)가 일본 야구에 비수를 꽂는 선봉장에 나선다. 1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의 한국 대표팀에 선발된 이정후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갖고 그에 맞게 행동하라’고 하셨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 넥센 유니폼을 입고 144경기 전 경기에서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으로 맹활약한 이정후는 16일 예선 첫 경기인 일본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시속 150km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9명이 포함된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대표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임무를 맡는다.

아버지는 대표팀 주루 코치로 아들과 호흡을 맞춘다. 지금까지 아들과 심도 있게 야구 얘기를 해보지 않았다는 이종범 코치는 아들에게 일본전 노하우를 최대한 전수한다. 올 시즌 리그에서 직구만큼은 자신감을 보였던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주루 노하우를 이번에 한번 배워 봐야 할 것 같다”며 일본전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일본으로 출국해 16일 일본전, 17일 대만전, 19일 결승전(진출 시)을 치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종범#이정후#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종범 주루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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