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동업자의 꿈을 빼앗고 싶은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5시 30분


제주 정운에게 비신사적인 반칙을 하며 퇴장당한 김창수.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정운에게 비신사적인 반칙을 하며 퇴장당한 김창수.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 경기에서 자제력 잃은 선수를 종종 보게 된다. 흥분한 상태로 볼을 차거나 심지어 상대 선수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 가장 짜증난다. 상대 선수뿐 아니라 구단과 K리그, 심지어 한국축구라는 상품에 손해를 끼치는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가치 중 하나는 상대방 존중이다. 그라운드의 경쟁자는 선의의 경쟁자다. 룰(규정)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해야 비로소 자신도 존중 받는다. 이게 스포츠 정신이다. 이는 축구계에서 벌어지는 ‘리스펙트(Respect) 캠페인’의 핵심이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감독, 감독과 감독, 심판과 팬들이 상호 존중과 배려를 해야만 올바른 축구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동업자 정신’이다. 선수들이 깨끗한 플레이를 할 때 그 종목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선수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승부욕 때문에 동업자 정신을 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악질적인 반칙이나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도 손해를 끼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왜 모를까.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은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울산 김창수, 인천 최종환의 징계를 의결했다. 김창수는 22일 제주전에서 상대 정운의 허벅지를 발로 밟은 위험한 플레이로 퇴장 당했다. 경기 중 퇴장으로 인한 출장정지를 포함한 4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김창수는 올 시즌 남은 3경기를 모두 뛸 수 없고, 심지어 내년 개막전도 포기해야한다.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에도 손해를 끼친 것이다. 14일 포항전에서 상대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한 최종환도 3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올 시즌 난폭한 행위와 상대방에게 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상벌위원회 징계는 총 10건이다. 김창수와 최종환을 비롯해 서정진(수원·출장정지 7경기) 김승대(포항·5경기) 명준재(서울E·4경기) 김정현(광주·4경기) 홍진기(부산·3경기) 윤빛가람(제주·3경기) 바그닝요(부천·3경기) 강지용(강원·2경기) 등이다. 특히 서정진은 3월 11일 전북과 홈경기에서 상대 무릎 부분을 발바닥으로 가격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이승기는 결국 십자인대 파열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서정진은 올 시즌 가장 무거운 7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들 이외에도 경기 중 판정이 되지 않았지만 퇴장성 반칙으로 추가 징계를 받은 선수는 모두 7명이다. 고요한(서울) 한건용(안산) 바그닝요(부천) 황진성(강원) 이태희(성남) 정성민(아산) 정현식(안산)인데, 이들은 모두 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런 징계를 내리면서 프로연맹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동업자 정신이다.

프로연맹은 시즌 개막 전 구단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순회교육에서 동업자 정신을 벗어난 위험한 행위에 엄단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 당시에는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하지만 비신사적 행위가 줄지 않는 걸 보면 효과가 크지 않은 모양이다.

선수 스스로의 각성은 물론이고 더 강력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82번째 슈퍼매치가 열렸다. 전반 수원삼성 조나탄이 다리에 부상을 입은 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조나탄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교체됐다. 수원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82번째 슈퍼매치가 열렸다. 전반 수원삼성 조나탄이 다리에 부상을 입은 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조나탄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교체됐다. 수원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수원 조나탄은 8월 상대의 과격한 태클에 쓰러진 뒤 자신의 SNS에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선수라면 책임감을 가지셔야 됩니다. 내 가족을 책임지고, 제 일을 하려면 다리, 발이 필요합니다. 어떤 선수의 발을 다치게 하면 그 선수의 꿈을 빼앗는 것입니다.”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업자인 당신 동료의 꿈을 빼앗고 싶은가.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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