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려 롯데’ 뒤엔 ‘기다려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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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중계 이성득 해설위원이 본 ‘5년 만의 가을야구’ 비결
조원우 감독 투수 운용 철저한 원칙… ‘락앤락’ 손승락 등 뒷문 강하게 해
수비 좋아져 30일간 실책 실점 1점뿐… 이대호 분위기 잡아주는 것도 큰 도움

롯데 조원우 감독. 동아일보 DB
롯데 조원우 감독. 동아일보 DB
‘부산 갈매기’ 롯데가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롯데는 21일 LG가 삼성에 패하며 남은 5경기에 상관없이 최소한 5위를 확보했다. 시즌 초반 고전했던 롯데는 이제 1승만 더하면 구단 최다승(75승)도 경신한다.

롯데의 후반기 고공비행은 1998년부터 롯데 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없이 중계한 이성득 KNN(부산경남방송) 해설위원(사진)에게도 놀라운 풍경이다. 이 위원은 “전반기에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최근 50일간 롯데가 야구를 참 잘하고 있다. 20년 중계했지만 롯데가 이렇게까지 잘한 적을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롯데는 2001년부터 7년 연속,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 잘나가도 곧 사그라져 ‘봄데’라는 별명만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5할에 못 미치는 47승 2무 48패로 8월을 시작한 롯데는 8월 한 달 19승 8패로 7할 승률을 달렸다. 9월에도 9승 6패로 6할 승률을 유지하며 21일 선두와 7.5경기 차 4위에 올랐다. 3위 NC와도 반 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롯데의 변신’을 이 위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린드블럼이 오면서 선발진에 숨통이 트였다. 투수진 과부하가 사라지니 김원중 같은 어린 선수들도 자리를 잡게 된 게 반등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야구가 선발투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수훈갑을 따로 뽑을 수 없을 만큼 고른 활약이 후반기 상승세를 가져왔다. 중간, 마무리의 활약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타선도 눈에 띄게 앞서가는 선수 없이 하위 타선까지 다 나름대로 승리에 일조를 하다 보니 다들 야구 할 맛이 나는 거다.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롯데는 최근 30일 동안 리그에서 유일하게 평균자책점을 3점대(3.99)로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실점도 홀로 두 자릿수(91점, 자책점 90점)를 넘기지 않았다. 수비 실책으로 내준 점수가 1점이니 수비 집중력도 최상이라는 뜻이다. 고질병이었던 헐거운 뒷문은 세이브 1위 손승락(36세이브)이 ‘락앤락’이라는 별명처럼 잠그고 또 잠갔다.

롯데의 이런 ‘뒷문 잠그기’는 지난 시즌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다”라며 느긋한 운영으로 원성을 샀던 조원우 감독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이 위원은 “조 감독이 초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욕을 정말 많이 얻어먹었는데도 뚝심 있게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게끔 경기를 운용했다. 옆에서 보기에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그게 지금 와서 보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도 롯데를 바꾸게 했다. 이길 땐 무섭게 이기지만 또 한 번 지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길 반복한 게 바로 롯데였다. 하지만 돌아온 이대호는 ‘연패 스토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년 같으면 무너졌을 법한 패배가 나왔을 때도 이대호는 앞장서 “오늘 한 경기 진 거고 이미 지나간 경기다, 빨리 잊자”라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이 위원은 “이대호가 복귀할 때 ‘우리가 NC에 질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를 잘 조성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를 잘 리드한다. 후배들이 ‘생각보다 대호 형이 너무 잘해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 중계 해설위원#이성득#조원우 감독#손승락#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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