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문 만큼 나는 큰다’…NC 마운드 22세 샛별 장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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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4일 넥센전 이어
지난 13일도 완봉 날린 아픔
2군 시련 겪다 투구폼 바꾸고
6월 이후에만 6승이나 거둬
이달 3경기 평균자책점 1.57

아쉬움과 분함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NC 투수 장현식(22)은 13일 두산전을 마친 뒤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자신은 완봉까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동점(1-1)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후 두산 오재원의 내야안타가 7분여의 비디오 판독 끝에 인정되면서 팀은 끝내기 패까지 당했다.

하지만 패배가 확정된 순간 김경문 NC 감독은 더그아웃 구석에서 고개 숙인 선수들에게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장현식의 눈물에 대해서도 “그 울분을 느껴 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하겠구나 싶었다. 승리는 못 했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느꼈다. 버스에서도 박수를 쳐줬다. 잃은 것만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장현식의 마지막 선발등판의 결말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지난해 10월 4일 넥센전 9회초.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은 장현식은 타석의 홍성갑에게 헛스윙 두 개를 끌어내며 스트라이크 하나만 더 낚으면 데뷔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속 146km 빠른공을 커트해낸 홍성갑은 볼 두 개를 골라 1루로 걸어 나갔다. 결국 장현식은 다음 타자 서건창에게 2루타를 내주고 1-1 동점을 허용한 뒤 교체됐다.

그때도 김 감독은 “(9회) 2아웃을 잡고 난 다음에 힘이 들어가기는 했다.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1루에 주자가 나갔을 때 바꿨어야 했는데 (장현식이)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대했다. 그래도 남이 알려주지 못할 큰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에 앞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장현식을 만났을 때 ‘스트라이크 하나 때문에 못 이룬 완봉승이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었다. “오히려 이뤘다면 독기가 안 생겼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현식은 “시즌이 끝나고 서건창 선배를 선수협 회의 때 만났는데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가시더라. 벼르고 있다”며 씩 웃었다. 농담으로 듣고 넘겼지만 올 시즌 장현식은 한 차례 있었던 넥센전 구원 등판에서 서건창을 두 번 만나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뒤끝(?)을 자랑했다.

장현식의 올 시즌 목표는 “5선발에 드는 게 첫 번째, 그다음엔 풀타임, 그다음에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구원으로 시즌을 시작해 구원과 선발을 오갔던 장현식은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지만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와인드업 시 팔을 높게 들면서 제구가 좋아지는 효과를 얻은 뒤 180도 달라졌다. 6월 중순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장현식은 특히 8월 등판한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7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57로 호투 중이다. 불안한 제구력 탓에 이닝당 1.15개까지 치솟았던 볼넷 수를 0.28개까지 떨어뜨렸다.

지난 시즌 5차례 선발 등판 기회에서 승 없이 1패만 안았던 장현식은 6월 이후에만 6승을 올리며 올 시즌 7승을 수확했다. 쓰라린 좌절을 겪을 때마다 다잡은 각오를 지켜 가고 있는 장현식이기에 13일 눈물 뒤 남긴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 한 경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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