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전북 조성환 “매 경기가 절실…난 오늘도 정장을 준비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27일 05시 45분


전북 베테랑 수비수 조성환은 마음으로 늘 ‘정장’을 준비한다. 오늘 경기가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의지다. 5번째 옵션, 5분 대기조의 숙명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조금씩이나마 주어지는 기회에 충분히 감사해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베테랑 수비수 조성환은 마음으로 늘 ‘정장’을 준비한다. 오늘 경기가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의지다. 5번째 옵션, 5분 대기조의 숙명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조금씩이나마 주어지는 기회에 충분히 감사해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전북 35세 베테랑 수비수

전력 막강한 전북에서 난 5번째 옵션
사력 다했지만 서울전 후반 쥐나 교체
정장은 은퇴의 의미…나를 향한 채찍
끝까지 전북 지킴이로 기억되고 싶다


초록 그라운드로 나설 때마다 그가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정장. 물론 직접 경기장에 가지고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정장’ 이미지를 그린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축구선수들은 연말 시상식 등 특별한 행사 때나 집에 고이 모셔둔 양복을 꺼내 입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해외원정에서 착용하는 구단 단복과는 다른 개념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베테랑 중앙수비수 조성환(35)이 마음속으로 정장을 준비하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소중한 출전기회를 평범하게 날려버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그가 말하는 정장은 곧 은퇴의 상징이다. 현역으로는 언제든지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지라 1경기, 1경기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못하면 은퇴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오늘 제대로 못 뛰면 기자들 앞에서 은퇴 인터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장을 (가슴으로) 챙긴다.”

조성환은 7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클래식 정규리그 23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4번째 출격에서 사력을 다했다. 전북이 1-0 리드를 잡은 후반 22분 교체될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냈다. 다리에 쥐가 난 탓에 도저히 뛸 수 없어 벤치에 교체 사인을 냈던 그는 스스로에게 낙제점을 줬다.

전북 조성환(왼쪽).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조성환(왼쪽). 사진제공|전북현대

“선발로 나선 수비수가 교체된다는 건 팀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벤치는 공격을 걱정해야 하는데, 수비가 바뀌면 공격 카드를 그만큼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난 그런 면에서 (최강희)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거다. 그래도 라이벌전을 이겼으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조성환을 항상 지탱해주는 든든한 존재가 있다.

토종 스트라이커 이동국(38)과 왼쪽 풀백 박원재(33)다. ‘정장’도 고참들과의 대화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동국은 묵묵히 출전 기회를 기다리는 30대 베테랑 후배들에게 “함께 정장을 가슴에 품고 뛰자”고 독려한다. 국가대표팀에 버금가는 막강 전력을 갖춘 전북에서 기회는 쉬이 주어지지 않는다. 최강희 감독이 항상 “고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그래도 전북은 베테랑을 가장 충실히 활용하는 팀이다.

상대 순위와 자신들의 위치와 상관없이 꼭 이겨야 하는 주요 승부처에 선참들을 투입해 재미를 본다. 서울 원정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동국, 박원재, 조성환이 총출동해 제 몫을 했다.

조성환은 자신을 ‘5번째’로 정의했다. 포백 수비라인을 토대로 정규 선발∼백업도 아닌, 5번째 옵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5분 대기조’의 역할은 잊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항상 출동대기 상태로 갖춘 채 호출을 기다린다. 바로 이전에 출전한 7월 16일 상주상무 원정에서 허리를 조금 다쳤지만 금세 회복해 서울 원정에 나섰다.

전북 조성환. 스포츠동아DB
전북 조성환. 스포츠동아DB

물론 처음부터 기다림이 쉽진 않았다. 차츰 줄어드는 출전횟수에 조급함도 있었다. 머리는 ‘뛰라’고 하는데, 몸이‘멈춰라’고 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잡념을 전부 버렸다. ‘기회 부여’를 전제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컨디션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

내려놓자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모두가 K리그 최고 실력자다. 기회가 오락가락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몰라도 바로 오늘 밤 정장을 입는다는 각오로 1경기씩 준비할 거다. 적어도 뛰고 있는 한, 전북의 지킴이로 기억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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