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타구’ kt 피어밴드, 자진등판 뒷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6일 09시 30분


kt 피어밴드. 스포츠동아DB
kt 피어밴드. 스포츠동아DB
4일 잠실 kt-두산전에선 강습타구로 인한 또 하나의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kt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32)가 2회말 김재호의 타구에 왼쪽 종아리를 맞은 것이다.

부상 정도는 가볍지 않아 보였다. 피어밴드는 한동안 마운드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응급치료팀이 들것을 가져와 병원 이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고통을 한참 호소하던 피어밴드는 이내 일어나 ‘괜찮다’는 의사표시를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이어 연습투구를 수차례 마치고 다시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 그리고는 쩔뚝거리는 왼발을 이끌고 5회까지 92개를 던지는 투혼을 펼쳤다.

다음날 만난 kt 관계자는 당시 현장상황을 귀띔해주었다. 2회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피어밴드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테이핑으로 통증을 최소화한 채 3회에도 등판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팀 불펜을 슬쩍 엿본 뒤엔 “지금 불펜에 몸을 풀고 있는 선수가 없지 않느냐. 통증은 괜찮으니 내가 던지겠다”고 말하며 출전을 강행했다는 전언이다.

4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 피어밴드가 2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두산 김재호의 타구에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 피어밴드가 2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두산 김재호의 타구에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자 직접 만난 피어밴드는 “에이스로서 몫을 다하고 싶었다.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뻐근한 느낌은 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다. 이틀 정도 지나면 다음 등판까지 무리가 없을 전망”이라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kt 김진욱 감독 역시 에이스의 진가에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나는 부상에 민감한 편이라 피어밴드의 등판을 말렸지만, 본인이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지고 있었다. 5회에도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잡아내겠다며 교체를 거부했다. 아마 여러 동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책임감을 느꼈을 테다”라고 말했다. 한국 무대에 적응할수록 숨은 진가를 드러내는 피어밴드의 남은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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