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옐로 저지’ 지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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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민경호 이틀째 개인 선두, 동료 5명 엄호하며 바람 막아줘
희생 레이스덕에 2위에 8초 앞서

16일 전북 무주∼경북 영주를 달린 투르 드 코리아 2017 제3구간에서 옐로 저지를 지킨 민경호(서울시청)가 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든 채 기뻐하고 있다. 민경호는 이 대회 5년 만의 한국 선수 개인종합 1위를 노린다. 영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전북 무주∼경북 영주를 달린 투르 드 코리아 2017 제3구간에서 옐로 저지를 지킨 민경호(서울시청)가 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든 채 기뻐하고 있다. 민경호는 이 대회 5년 만의 한국 선수 개인종합 1위를 노린다. 영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저를 위해 희생하며 모든 것을 불태운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5년 만의 한국 선수 종합우승을 노리는 ‘영건’ 민경호(21·서울시청)가 옐로 저지(개인종합 1위가 입는 노란색 상의)를 지켰다.

민경호는 16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을 출발해 경북 영주 시민운동장까지 167.8km를 달리는 ‘투르 드 코리아 2017’ 제3구간에서 3시간45분00초를 기록했다. 순위는 38위였지만 기록은 구간 1위를 차지한 스콧 선덜랜드(호주 아이소웨이)와 같다. 도로 사이클은 무리를 지어 결승선을 통과할 경우 해당 그룹에 속한 모든 선수를 동일한 기록으로 인정한다. 다만 사진 판독을 통해 순위는 가린다. 1∼3위는 각각 타임 보너스 10초, 6초, 4초를 얻고 1∼15위는 스프린트 포인트 15점부터 1점까지 가져간다.

전날 2구간에서 막판 6km를 독주한 끝에 2위 그룹을 4초 차로 제치고 개인종합 1위로 나선 민경호는 1∼3구간 합계 12시간50분59초로 2위 예브게니 기디치(카자흐스탄 비노-아스타나)를 8초 차로 앞서 있다. 기디치는 이날 7위에 그쳐 타임 보너스를 얻지 못했다. 1위를 했다면 옐로 저지의 주인공은 바뀌었다. 민경호는 옐로 저지와 함께 베스트 영 라이더(23세 미만 최고 성적 선수)가 받는 흰색 저지도 지켜냈다.

서울시청 선수 6명은 레이스 초반부터 앞으로 나섰다.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지만 옐로 저지를 보유한 팀의 암묵적인 의무다. 민경호는 팀원 5명의 ‘보호’를 받으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결승선까지 15km를 남겨 놓고 서울시청 선수들은 하나둘씩 뒤로 빠졌다. 바람을 맞으며 끌어주느라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산악 구간이 2개나 있었던 전날과 달리 이날 구간은 평탄했다. 변별력이 없는 구간에서는 굳이 무리할 필요 없이 메인 그룹에 속해 달리는 게 기본이다. 1.9km를 남겨 놓고 너도나도 스피드를 높이는 과정에서 선수 10여 명이 무더기로 넘어졌다. 서울시청 선수 1명도 자전거에서 떨어졌지만 민경호는 간신히 피했다. 안전한 레이스를 위해 무리에서 왼쪽으로 비켜 달린 덕분이었다. 한국 서준용(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제3구간 3위에 올랐다. (도움말: 김성주 객원 해설위원·전 대한자전거연맹 사무국장)

영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4구간 산악코스, 사실상 승부처▼

도로는 좁고 나지막한 언덕들이 잇달아 선수들의 피로를 가중시킬 것이다. 특히 산악 구간 벌재재는 강원도의 한계령을 옮겨놓은 듯 높고 험하다. 무더위와 싸우며 순위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에게는 레이스 포기의 유혹마저 느낄 수 있는 가혹한 곳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해 올림픽회관 앞으로 골인하는 최종 5구간은 65.0km로 짧고 평탄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4구간에서 모든 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경호#투르 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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