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1위? 우리도 지쳐요” 두산 김태형 감독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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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2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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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아니 별다른 작전도 안 내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두산 김태형 감독이 때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바로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경기시간에 관한 호소였다.

올 시즌 두산은 평균 경기시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10일까지 치른 58경기 동안 정규이닝을 마치는데 평균 3시간22분이 걸렸다. 2위인 롯데, NC(3시간 20분)와는 2분 차이가 나고, 10위 kt(3시간 3분)와는 무려 19분 격차가 있다. 연장을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정규이닝보다 6분이 늘어난 3시간 28분으로 역시 단독선두다. KBO리그 전체 평균(3시간 18분)보다도 10분이 길다.

한없이 늘어나는 경기시간에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쪽은 역시 당사자인 두산 선수단이다. 11일 울산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은 “우리도 너무 힘들다. 이번 주를 봐도 삼성과 2번 연장을 치렀고, 어제(10일) 게임에서도 롯데와 연장을 갔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허탈한 웃음 속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이유를 모르니 속은 더욱 답답하다. 김 감독은 “사실 경기시간이 늘어난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별다른 작전도 내지 않는다”며 푸념했다. 이때 한 구단 관계자가 “두산이 10일까지 가장 많은 볼넷(254개)을 얻었다”고 귀띔하자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김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감독을 맡으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맞은 타자들에게 기다리라는 사인을 낸 적이 없다. 2B-0S, 3B-1S와 같은 상황에는 오히려 치라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좋은 투수들과 상대할 때 볼카운트 접전 상황에선 타자들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리한 시점에서 방망이를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열변을 마친 김 감독은 마지막 한 마디로 심정을 대신했다.

“경기가 길어지면 정말 힘이 듭니다. 계속 서있느라 허리도 아파요.”

울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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