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훈련지 리그전 ‘4대4 연대경주’ 묘미를 선사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3일 05시 45분


훈련지의 명예를 걸고 8명의 경륜선수가 단체대결을 펼치는‘경륜 훈련지 리그전’이 예상 밖의 경기결과와 흥미로운 레이스로 경륜 팬과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월5일부터 13일까지 벌어진 북부팀의 예선전에서 드러난 4대4 연대경주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진제공 ㅣ 국민체육진흥공단
훈련지의 명예를 걸고 8명의 경륜선수가 단체대결을 펼치는‘경륜 훈련지 리그전’이 예상 밖의 경기결과와 흥미로운 레이스로 경륜 팬과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월5일부터 13일까지 벌어진 북부팀의 예선전에서 드러난 4대4 연대경주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진제공 ㅣ 국민체육진흥공단
뻔한 작전 가평·양양팀, 동서울팀에 완패
계양팀 정종진 1착하고도 고양팀 협공에 져

5월5일 막을 올린 ‘경륜 훈련지 리그전’이 예상 못한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경륜 팬과 전문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강원골 호랑이들(가평·양양팀)과 신구의 조화가 돋보인 팔당팀이 만났던 첫 경주를 시작으로 수도권의 맞수 계양, 고양팀이 겨룬 5월13일 경주까지 북부팀의 예선전이 끝났다.

● 객관적 기량이 전부가 아니다.(가평·양양팀 vs 팔당팀)

처음 시도하는 훈련지별 4대4 연대경주에 팬들의 추리를 돕고자 경륜경정사업본부는 출주표에 경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팔당팀과의 북부그룹 예선 1차전을 앞두고 가평·양양팀의 통솔하는 유주현 지부장은 “선행능력은 팔당팀에 비해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본다면 선행선수가 많은 팔당팀이 가평·양양팀 보다 강하다는 것을 넌지시 내비쳤다. 게다가 연합팀인 가평·양양팀 보다 단일팀 팔당팀이 협공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해 대부분 팔당팀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였다. 마크 전문가 양양팀 정연교가 틈새를 파고들고 노련한 가평팀 공민우가 가세하며 김영섭이 선봉으로 나선 팔당팀의 허리를 끊어 놓으면서 팔당팀은 1,3위를 상대에 내주고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각 개인 기량의 총합 보다는 경기 흐름에 반전을 가져오는 노련한 선수의 역할과 팀 조직력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 드러난 작전은 해보나 마나다.(동서울팀 vs 가평·양양팀)

가평·양양팀의 다음 상대는 톱클래스 선행형 정하늘이 포진한 동서울팀.

전날 경주에서 대열을 흩트리고 빈틈을 노린 가평·양양팀을 잘 관찰하고 해법을 찾은 정하늘은 타종 이전부터 외선으로 크게 도는 초장거리 선행으로 팀 선수들을 마크로 끌고 다녔다. 이는 내선을 활용해 대열을 파고들 수 있는 가평·양양팀 선수들의 작전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줬다. 결과는 동서울팀의 1,2,3착 싹쓸이 우승. 슈퍼스타의 유무, 이미 드러난 작전으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난 경주였다.

● 난전의 중심에는 마크추입형이 있다.(고양팀 vs 미원·세종팀)

5월12일 벌어진 예선 세 번째 경주에선 고양팀과 미원·세종팀 선수들이 맞붙었다. 박병하와 유태복을 앞세운 고양팀에 무게중심이 쏠렸는데 타종과 동시에 충청권 선수들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됐다.

몸싸움에 능하지 못한 박병하를 상대로 전영규와 박성현의 견제가 이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예선 첫 경주의 김영섭처럼 유태복도 앞에서 힘만 잔뜩 쓰고 1, 2착을 충청권 선수들에게 내줄 위기였다. 이때 1, 2차신 뒤에 있던 김동관이 홈스트레치부터 맹렬히 시속을 올렸다. 특유의 유연한 라인전환을 통해 박성현을 밀어낸 뒤 전영규의 젖히기까지 견제하며 유태복과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승패의 중심에 김동관이 있었다. 전법은 마크추입이었다.

● 혼자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양팀 vs 계양팀)

5월13일 북부 예선 마지막 경주. 예선 1차전을 통과한 고양팀의 상대는 경륜 최강자 정종진을 앞세운 계양팀. 초반 계양팀은 정종진의 앞에서 시속을 올릴 선행선수가 없어 마크추입형 선수들이 타종 이후 빠르게 내선장악을 시도했다. 고양팀의 박병하와 유태복이 기습 반격에 나섰다. 이들의 반격을 제압하기 위해 정종진은 시속을 높이며 빠르게 라인전환을 했지만 그 후미를 계양팀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모두 놓치면서 2,3,4착은 고양팀의 몫이었다. 결국 정종진은 1착으로 우승했지만 점수로는 6대4로 고양팀이 승리하며 북부 결승전에 진출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어도 받쳐줄 선수가 없다면 조직력으로 무장한 팀에게 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경륜뱅크의 배재국 예상팀장은 “라인전의 특성상 팀을 구성한 선수들의 전법과 기량의 조화가 필요하다. 빼어난 기량의 선수가 한 명 있으나 받쳐줄 팀원이 없는 것 보다는 여러 작전이 가능하고 힘도 어느 정도 쓰는 선수가 많은 팀이나 동료들을 리드할 노련한 선수가 있는 팀이 더 유리하다. 예선 경주에서 이변의 중심에 섰던 정연교, 김동관 같은 마크추입형 선수들의 선전 가능성을 고려한 다각도의 추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