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고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의 대구FC 손현준 감독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 홈경기에서 홈팀이 준비한 라인업은 예상을 깼다. 누군가 “당황스럽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익숙했던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낯선 얼굴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사실상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이유가 있었다. 부상과 징계의 여파 때문이었다. 미드필더 신창무와 외국인 공격수 세징야가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무리시킬 순 없었다. 여기에 앞선 7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팀 내 최다득점(4골)을 기록 중이던 또 다른 외국인 스트라이커 레오는 경고누적(3회)으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차-포를 동시에 떼어내자 균열은 상당히 컸다. 대구 벤치의 선택은 빠르고 과감했다. 전방과 중원을 대폭 물갈이했다. 올 시즌 2경기 출전에 그친 우상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물론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인원은 가장 많은 축에 속하지만, 실제 전력은 아쉬운 대구다. 클럽 정책에 따라 20대 초반 영건들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이날 18명의 출전 엔트리를 제출하며 23세 이하 4명을 포함시켰지만, 정작 베스트11은 전원 24세 이상으로 채웠다. K리그 규정상 23세 이하가 뛰지 않으면 교체카드를 3장에서 2장으로 줄여야 한다. “그저 숫자를 채우려고 3명을 다 바꿀 필요는 없다. 선발 11명이 교체 이상의 역할도 해줄 것이다.”
믿는 구석은 또 있었다. 혼란 유도다. 손 감독은 “지난 시즌 챌린지(2부리그) 시절, 상대가 낯선 선수들을 많이 투입하면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 서울에게 큰 혼란을 줄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괜찮은 경기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정말 그렇게 됐다. 승격팀이라 가뜩이나 낯선데, 더 낯설어진 대구에 서울은 경기 내내 혼란스러웠다. 후반 초반까지 2골을 먼저 넣는 등 원정팀을 당혹스럽게 했으니 손 감독의 노림수는 100% 통했다. 결국 대구는 서울을 2-1로 잡고 2승째(3무3패)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