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동엽-넥센 허정협, 홈런왕 판도 뒤흔드는 뉴페이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6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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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동엽, 넥센 허정협. 스포츠동아DB
SK 김동엽, 넥센 허정협. 스포츠동아DB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결정적인 순간 터지면 그보다 짜릿한 순간이 없다. 매년 홈런왕 경쟁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동아가 개막 특집으로 진행한 10개 구단 선수 100명이 뽑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는 이대호(35·롯데)였다. 최형우(34·KIA)와 최정(30·SK)이 뒤를 이었다. 선수들의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최형우는 25일까지 5홈런으로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해 에릭 테임즈(밀워키)와 공동 홈런왕(40개)에 오른 최정이 21경기 만에 10홈런을 때려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가 7개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홈런왕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뉴 페이스들의 등장이다. SK 한동민(28·7홈런 공동 2위), 김동엽(26·6홈런 공동 4위), 넥센 허정협(26·6홈런 공동 4위) 등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 괴력을 자랑하며 홈런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SK, 최정-한동민-김동엽 홈런 트리오

홈런왕 레이스에서 한동민의 활약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상무 유니폼을 입고 2015시즌과 2016시즌 2년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군 입대 전에도 파워는 인정받았다. 특히 2013년 99경기에 출장해 14홈런, 2루타 15개, 3루타 2개를 칠 정도로 장타력이 빼어났다. 군 제대 후 그는 한 단계 발전했다. 25일까지 7홈런을 치며 이대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장타율이 0.794에 달한다. 단순히 홈런만 많은 게 아니라 타율도 0.365(25일 기준)로 높다. 출루율도 0.437로 빼어나다.

김동엽의 의외의 인물이다. 그는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학교를 마치고 일본 나치난학원에서 2년간 유학을 했고, 북일고를 졸업한 뒤에는 2009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일단 군 문제를 해결한 뒤, 2015년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9라운드 전체 86번으로 SK에 입단했다. 높은 순위 지명도 아니었지만 실력으로 기회를 붙잡았다. 키 187㎝, 몸무게 100㎏의 건장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파워가 일품이다. 정교함(타율 0.296·출루율 0.318)은 다소 떨어지지만 벌써 6홈런을 때려냈다.

맞으면 담장을 넘어가다보니 4번타자로서 위압감이 있다.

● 넥센, 강정호-박병호 뒤를 잇는 홈런왕

넥센은 박병호(31·미네소타), 강정호(30·피츠버그)의 뒤를 잇는 장타자를 또 한 명 배출했다.

허정협이 그 주인공이다. 그도 김동엽처럼 신체조건(키 185㎝, 몸무게 97㎏)이 훌륭하다. 비록 육성선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입단 3년차에 1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2015년과 2016년 1군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년간 31홈런을 쏘아 올릴 정도로 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문제는 1군에만 올라오면 홈런, 2루타, 3루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어느새 6개의 아치를 그렸다. 아직 기술적으로 빼어난 타자라고 할 순 없지만 가지고 있는 힘으로 홈런을 만들어낼 줄 안다. 빗맞아도, 자세가 무너져도 홈런이 나오는 것은 임팩트 순간 강한 힘으로 타구를 멀리 보낼 줄 알기 때문이다. 25일 고척 두산전 5회 1사 1·3루에서도 무릎을 꿇을 정도로 타격폼이 무너졌지만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이처럼 KBO리그는 새로운 장타자들의 활약에 연일 들썩이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높은 순위 지명자도 아니고,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은 리그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야구팬들도 ‘뉴 슬러거’들의 한 방에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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