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안현수’ 쇼트트랙 대표 1위 뽑힌 임효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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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예측 못한 완급 조절 탁월

쇼트트랙 선수가 된 것은 운명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원래 귀한 아들을 박태환 같은 대한민국 대표 수영 선수로 키우려 했다. 하지만 아들은 면봉으로 장난하다 고막을 다쳐 수영을 접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은 인기 종목인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이 개인 종목 선수로 크게 빛나길 원했다. 효성 지극한 아들은 집과 가까운 거리의 아이스링크를 드나들다 결국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신게 됐다.

9일 막을 내린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현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한 임효준(21·한국체대·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운동에 대한 애정과 집념이 유난히 컸던 그는 쇼트트랙을 시작해서도 빨리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 2012년, 16세의 중학생 임효준은 제1회 유스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현재는 ‘쇼트트랙 여제’가 된 심석희(20)와 함께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차세대 주자 중 으뜸으로 평가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반복되는 부상에 국가대표 선발전 때마다 불운까지 겹쳐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었다.

이번 대표 선발전을 통해 임효준은 다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임효준은 1, 2차 선발전 500, 1000, 1500m에서 이정수(28·고양시청), 신다운(24·서울시청) 등 2016∼2017시즌 활약한 현 국가대표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완급 조절을 선보였다. 예선에서는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경쟁 상대의 체력을 뺐다. 이어 준결선, 결선에서는 후반부까지 중위권에서 기회를 엿보다 선두권 선수들이 자리다툼을 하는 틈을 노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관왕으로 선두에서 후발 선수들의 추월을 막는 ‘블록’ 기술이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정수도 선발전 내내 임효준의 몰아치는 스피드를 당해 내지 못했다.

한 쇼트트랙 지도자는 “상대 움직임을 보면서 속도를 순간적으로 내고 나가다 숨을 돌리고, 다시 폭발적으로 튀어 나가는 스피드 조절 능력만큼은 빅토르 안(안현수)이 고교 2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당시와 비슷하다는 게 쇼트트랙 지도자들의 공통된 평가”라며 “임효준의 선발은 그에게 ‘러키’(행운)가 아니라 한국 쇼트트랙의 ‘러키’”라고 말했다.

대표 선발을 위해 묵묵히 학교 수업과 하루 6시간 훈련을 병행해 왔던 임효준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10위를 하면서 오기가 생겼다. 소심한 성격인데 ‘내 실력을 더는 의심하지 말자’는 각오로 나를 믿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내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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