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슈퍼스타 오베치킨 “조국 위해 무조건 평창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사무국 일방적 ‘보이콧’ 거센 역풍
선수-팬 반발 속 일부 구단주 가세
피겨 오서 코치 “상업주의 드러내”
“결국 IOC-IIHF와 협상” 전망도

난데없이 아이스하키가 세계 스포츠계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이 4일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NHL 구단 소속 선수들을 내년에 열릴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선수와 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올림픽의 꽃인 아이스하키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발이다.

NHL 정규리그 득점왕을 6차례, 최우수선수(MVP)를 3차례 수상한 러시아 출신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워싱턴)은 5일 “올림픽 출전은 내 조국과 관련한 문제다. 나는 모든 선수가 평창에서 뛰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뛴다는 것은 생애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조건 (평창에) 간다”고 사무국의 결정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같은 팀의 케빈 샤틴커크(미국)와 골키퍼 브래든 홀트비(캐나다)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의 구단주인 테드 레온시스는 “우리 팀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를 위해 뛰고 싶다면 사무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을 수도 있다. 나도 어떠한 식으로든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선수들을 도울 것”이라며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보스턴의 주장 즈데노 하라(슬로바키아)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건 특별한 일”이라고 했고, 필라델피아의 야쿠프 보라체크(체코)는 “평창 올림픽 불참은 바보스럽고 멍청한 짓”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1980, 90년대 NHL의 전설인 핀란드 출신 야리 쿠리도 거들었다. 쿠리는 NHL 소속으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 핀란드 대표로 출전해 3·4위전에서 ‘아이스하키 황제’ 웨인 그레츠키가 버틴 캐나다를 꺾고 동메달을 따낸 기억을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꼽는다. 쿠리는 “선수들이 불쌍하다. 최고의 선수들은 모든 경기장에 있어야 한다. 더구나 올림픽은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NHL 사무국이 선수들을 가족에게서 떼어놓는 악행을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다른 종목 지도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에 이어 남자 피겨 세계 최강자인 하뉴 유즈루(일본)를 지도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이날 “NHL은 스포츠보다 비즈니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온갖 비난에 휩싸인 NHL을 동조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 캐나다 출신 스포츠 변호사인 트레버 위펜은 “선수들은 팀과의 계약에 따라 팀을 위해 뛰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팀에 손해가 발생하면 계약이 파기되고 임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자신의 경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문을 열였다. 그는 “지금처럼 논란이 계속되면 NHL 사무국이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어쩔 수 없이 NHL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NHL 선수 노조의 입김이 세기로 정평이 나 있다. 팬들까지 NHL 사무국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결정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던 NHL 사무국이 다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의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아이스하키#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평창 겨울올림픽#오베치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