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말하는 승자의 생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5일 05시 30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양복 입고 팔 벌린 사람)이 3일 대한항공과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문성민을 보며 활짝 웃었다. 최 감독은 사령탑을 맡은 지 2년 만에 정규시즌과 챔프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최연소 감독이 됐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양복 입고 팔 벌린 사람)이 3일 대한항공과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문성민을 보며 활짝 웃었다. 최 감독은 사령탑을 맡은 지 2년 만에 정규시즌과 챔프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최연소 감독이 됐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구에 새로움을 더하겠다’는 좌표를 설정한 현대캐피탈의 여정이 우승이라는 최고의 보상까지 얻었다. 외국인선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V리그의 관행적 항로를 거부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취임 2시즌 만에 ‘신대륙’에 도달했다. 현대캐피탈 우승은 전략의 승리이자 담대함의 승리였다. 현대캐피탈은 객관적 예측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만들어내며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낳았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4일 아침, 최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4일 새벽 3시까지 우승 축하연을 가진 최 감독은 간만에 꿀잠을 잔 듯했다. “몸은 힘들어도 너무 좋다. 어제(우승 당시에는)는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좀 좋다”고 슬쩍 웃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6일 V리그 시상식 후 휴식이다. 생각보다 휴가를 못 줄 거 같다. 시즌이 늦게 끝나 늦어도 5월부터 시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어제 끝나고 (주장) 문성민한테 그렇게 얘기해뒀다.(웃음)”

-챔피언스리그가 열리는 로마로 선수들을 데려가는 공약은 지켜지나?

“원하면 데려갈 생각인데 선수들이 (감독, 코치랑 굳이 거기까지 배구 보러) 안갈 것 같다.(웃음) 대회가 열리는 4월말이 연휴라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구했는데 스태프들 것은 못 구했다. 다녀오면 바로 트라이아웃 준비해야 한다.”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우승했지만 다음시즌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센터 최민호가 너무 잘해줬다.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줘서 너무 고맙다. (최)민호 자리는 (김)재휘가 맡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블로킹을 해주는 것이 쉽진 않을 듯하다. (최민호처럼) 사이드에서 공격까지 해주는 그런 역량은 기대하기 어렵다. 걱정은 되지만 재휘 키가 크니까 그 점을 극대화하겠다. 대니는 미안하지만…(한참 침묵하다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별이 유력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마인드는 우리 선수들이 배웠을 것이다.”

-대니는 언제 크로아티아로 돌아가나?

“대니는 발목 부상을 두 번이나 당했다. 그냥 보내면 (도의적으로) 안 될 것 같다. 선수생활을 계속 해야 하니까…. 얼마가 걸리든 치료 다 마치고 보낼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님(현대캐피탈 구단주)이 한국여행도 시켜주라고 해서 2~3주 후 출국할 것이다.”

-축승회에서 정 구단주와 무슨 얘기를 나눴나?

“예전부터 부회장님이 ‘내가 오면 지니까 못 오겠다’고 하셨다. 올 시즌 중반쯤에 따로 연락을 주신 적이 있는데 ‘이번시즌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2번(챔피언결정전 4,5차전)을 오셨고, 두 번 다 이겼다. ‘이제 (징크스가 풀렸으니) 오고 싶다’고 하신다.(웃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가운데).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가운데). 스포츠동아DB

-시즌 중 남들 모르게 병원을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다녔다. 림프암에 걸렸었는데 (완치 판정 후에도) 겨울에 건조할 때,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평생 가져가야 한다. 그 자체가 암은 아니다. 그것이 심해지면 암이 다시 올 수 있다고 하니 피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피부만 잘 보호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시즌 막판에는 하루 2시간밖에 못 잔 것으로 알고 있다. 충혈된 눈을 자주 봤다.

“늦게 자는 버릇이 들어서….(웃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계속 무언가를 보게 됐다. 스트레스를 오히려 (배구로) 푸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승 순간, 어떻게 그렇게 평온할 수 있었나?

“선수들한테 차마 이 얘기 못 했지만 사실 나는 (우승이 힘들 것이라 생각해) 마음을 비웠다. 그래서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었고,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감정이 억눌려지더라. 어색하게 보였을 것이다.(웃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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