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소원은 한국시리즈 우승”…김경문 감독의 마지막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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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NC 감독(58)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복도 많은 지도자다.

2004년 두산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군에서 12시즌을 치르면서 9차례나 '가을 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시즌 도중 사퇴했던 2011년과 NC의 1군 무대 첫 해였던 2013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운도 실력이라지만 단순히 실력이 있다고 해서 올림픽 9전 전승 신화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김 감독도 아직 못 이룬 꿈이 하나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웠던 해는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두산은 1, 2차전을 모두 이기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3차전부터 내리 4경기를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이긴 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해 두산이 처음 역전의 쓴 맛을 봤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첫 경기를 잡고 나서 내리 4경기를 패해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김 감독은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발목이 잡히곤 했는데 묘하게도 계속 역전패를 당했다.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선 2승을 거둔 뒤 3연패했고, 2010년 삼성을 만나서는 2승 1패로 앞서다 2승 3패로 졌다. NC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지난해 치른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승 1패로 앞서다 남은 두 경기를 내리 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내 마지막 소원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해왔던 김 감독은 요즘 들어선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올해는 김 감독에게 운이 돌아올까. 21일부터 시작되는 LG와의 플레이오프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벽이다. NC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테임즈가 21일 1차전에 나서지 못하고, 승부 조작 연루 의혹도 아직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달 초엔 경찰이 NC 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있었다.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LG와 대조적이다.

시즌 막판 악재가 터질 때마다 김 감독은 "어려울 때일수록 팀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위기에서 선수단이 단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김 감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NC와 계약 기간이 끝난다. 테임즈 사건이 터졌을 때 김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를 우승이 아니면 재계약이 힘들 수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김 감독이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다면 단번에 해소될 책임이기도 하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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